메이 불신임 위기 넘겼지만… 길잃은 브렉시트 여전

입력 2018-12-13 19:40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 밤(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뒤 환한 표정으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관저로 돌아오고 있다. 메이 총리는 앞서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신임투표에서 찬성 200표, 반대 117표로 83표 차로 승리하며 당대표 및 총리직을 지켜냈다. 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제기한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며 총리에서 물러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영국 의회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위기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보수당 하원의원 신임투표에서 전체 317명의 50%를 넘는 200표의 지지를 얻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메이 총리가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그가 투표에 앞서 ‘2022년 차기 총선 전 사퇴’ 배수진을 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메이 총리는 “새 당 대표를 뽑더라도 유럽연합(EU)과 재협상을 할 여유가 없어 브렉시트를 연기하든지 중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브렉시트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당 규율에 따라 앞으로 1년간 불신임안을 낼 수 없다. 메이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북아일랜드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EU 이사회에 이런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확약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 안전장치는 이번 신임투표를 촉발한 주원인이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뒀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는 이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메이 총리는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안전장치와 관련해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EU가 이미 여러 차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이미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하원 의원들의 반대를 감안해 11일 예정됐던 비준 표결을 연기했었다. 설령 EU가 조금 양보해서 메이 총리가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들고 온다 하더라도 영국 의회에서 통과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야권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표결에 부쳐질 경우 부결을 공언하고 있다. 야권이 불신임안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메이 총리가 내년 브렉시트 데드라인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