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밥 먹고 장을 보던 이웃들이 하나 둘 정든 고향을 뒤로하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원전 건설한다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곳이 이제는 사람 찾아보기도 힘든 지경이니 한숨만 나옵니다.”
13일 찾은 경북 울진군 죽변항과 북면 일대는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중단된 여파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건설현장 근로자 등으로 북적이던 식당가와 상가는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원전이 있는 북면일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원룸 밀집지역도 주인 잃은 빈집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전 3·4호기 건설 당시 북면일대에만 소위 ‘함바 식당’ 5~6곳이 성업하며 하루 1000여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찾았지만 지금은 모두 폐허로 변해버렸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조동규(61)씨는 “요즘은 매매는커녕 전월세 등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하루 종일 전화 한통도 오지 않는 날이 많다”며 “북면 일대는 낮에는 물론 저녁에도 식당이나 주점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울진의 쇠락은 숫자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때 인구 11만명이 넘었던 울진이지만 저출산·고령화와 탈 원전정책 등으로 인해 올해 11월말 기준 인구는 5만83명에 불과하다. 원전 의존형 경제의 구조특성상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2016년 5만1738명이었던 울진 인구는 지난해 5만974명으로 떨어졌고 출생아 수도 2016년 307명에서 2017년 264명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11월 말까지 출생아 수는 227명에 그쳤지만 사망자는 522명이나 돼 출생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원전 건설 관련 종사자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올해 전출자는 전입자보다 600여명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황석준 울진군 홍보팀장은 “90년대 한때 인구수가 12만명에 육박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5만명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군은 전담팀까지 만드는 등 행정력을 총 동원해 인구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지키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7일에는 연호공원 야외무대 앞 광장에서 ‘인구 5만 지키기’ 실천운동 캠페인도 펼쳤다. 군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고 고령화 인구구조를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캠페인을 통해 울진군은 ‘내 고장·내 직장 주소 갖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군청직원 뿐 아니라 관내 공공기관과 한수원 직원들의 전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혼남녀 맞선 프로그램, 결혼장려금 지원과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공동육아 나눔터 운영 등으로 결혼과 임신·출산·육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문을 닫고 있는 상가, 빈 주택도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군수는 “인구 감소가 군의 발전 저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인구 지키기에 대한 군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울진=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원전 건설 멈추자 식당·원룸가 폐허로… 인구 5만선 위태
입력 2018-12-13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