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한다는 10년, 그 다섯 곱절을 ‘연기’에 바쳐온 배우가 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정영숙(71)이다. 그는 지난 6일부터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연출 이해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맞고 있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 선보이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만화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박인환·이순재)과 파지를 줍는 송이뿐(정영숙·손숙)의 이야기로, 낯설어서 더 특별한 노인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1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영숙은 “희로애락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잖아요. 어려운 곳에서 핀 노인들의 사랑 얘기라 더 애잔하고, 순박함이 있어요. 늙어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노년의 사랑을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이 없기도 하고요. 중간에는 웃다가, 마지막은 울면서 나가시더라고요.”
그는 최근 들어서는 연극만 연거푸 네 작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매너리즘에 빠질 때면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연극을 먼저 찾게 된다고. 틈틈이 영화와 방송 촬영도 함께 하고 있다.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해요. 이순재씨가 작품을 많이 하는 걸 보면서 처음엔 의아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알겠어요. 은퇴하기 전까지 더 많은 걸 남기고 싶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꼭 해야죠.”
1968년 TBC 6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정영숙은 지금껏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10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명품 연기를 선보여 왔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가져온 신앙은 늘 버팀목이자 원동력이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잘 알려진 그는 자신을 ‘하나님의 나팔수’라고 설명했다.
“항상 주인공을 하다가 40대 후반쯤 처음으로 조연을 맡게 됐어요. 도태된다는 두려움에 머리를 꽝 맞은 느낌이었죠.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기도하다가 응답을 받았어요. 그 후론 늙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다 하나님 덕이죠.”
실제 정영숙은 월드비전 친선홍보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독교적 복음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이루고 싶다고 다 이룰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작품을 하는 게 아직까진 힘에 부치지 않아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하나 소망이 있다면, 좋은 작품에서 딸(배우 전유경)과 2인극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바라고 있어요(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이순재씨 다작 이해… 은퇴 전 많은 걸 남기고 싶어”
입력 2018-12-13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