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살리는 ‘지옥 수비’ 두 빗장

입력 2018-12-13 19:56
용인 삼성생명의 이주연(왼쪽)과 윤예빈이 10일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수원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패스를 받을 선수를 찾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신구조화를 이룬 용인 삼성생명이 국내파 위주의 끈끈한 수비로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최근 3연승을 달린 삼성생명은 13일 현재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3위(6승 5패)에 올라 있다. 지난 7일 ‘최강팀’ 아산 우리은행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고, 지난 3일과 10일 수원 OK저축은행을 두 차례 완파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강조하던 수비 농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7개의 실책을 상대팀으로부터 유도했다. 팀 스틸은 경기당 10.3개(1위)로 유일한 두 자릿수다. 배혜윤(평균 2.18개) 김한별(1.73개) 박하나(1.36개) 등 주축선수들이 많은 스틸을 해내고 있다. 스틸 외 상대 공격권을 빼앗을 때 주어지는 굿디펜스는 49회(2위)다. 박하나가 11회, 김한별이 7회를 기록했다.

신예 가드들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윤예빈이 평균 20분22초, 이주연은 14분40초씩 코트를 누비고 있다. 두 선수는 집요한 압박 수비로 상대의 공을 뺏고, 팀이 경기 초반 수비 주도권을 잡는데 기여한다. 윤예빈은 경기당 1.27스틸을, 이주연은 7차례 굿디펜스를 얻어냈다. 박스아웃이나 루즈볼 싸움 등 보이지 않는 궂은 일은 이들의 몫이다.

이주연은 “압박 수비가 힘들지만 한 발 더 뛰며 상대를 괴롭힌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윤예빈은 “비시즌에 수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 운동을 많이 했다”며 “상대선수의 습관이나 스타일을 파악하고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 티아나 호킨스가 부상을 이유로 팀 합류를 미뤄 골머리를 앓았다. 대체선수 아이샤 서덜랜드는 경기당 12.5점, 9.8리바운드에 머물러 팀의 기대에 2% 부족했다. 지난 6일 카리스마 펜을 새로 영입했지만 팀내 비중이 크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예들의 성장은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삼성생명은 비시즌 국내파 중심의 수비를 준비했다. “강팀이 되려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임 감독의 철학이 반영됐다. 대인 수비는 물론 상대선수를 바꿔 막는 스위치 디펜스, 로테이션을 통한 팀 수비 등을 차근차근 반복 숙달했다. 이주연은 “수비를 다시 배우면서 이동에 용이하도록 자세를 더 낮췄다. 팀 수비도 기초부터 단계별로 밟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비 성공 후 전개되는 속공은 삼성생명의 강점이다. 올 시즌 속공 성공률은 70.2%로 2위다. 삼성생명이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 득점(71.8점)을 가져갈 수 있는 힘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