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엔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로 건네면 어떨까. 갈수록 주일 설교뿐 아니라 주중 독서를 통해 영성을 채워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마다 신앙의 성숙도도, 신앙의 약점도 다르기 마련이다.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경은 어떻게 읽어야할지 각각의 질문에 답이 될 책들을 선정했다.
▒ 하나님
읽는 행간마다 번뜩이는 통찰로 가득
질문 생각 묵상 하나님/존 파이퍼 지음/김보람 옮김/좋은씨앗
책을 읽으면서 통찰을 얻는 것은 짧은 순간일 수 있다. 대개 어떤 문단이나 문장에서 번뜩인다. 문단 하나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 시대 기독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존 파이퍼 목사가 펴낸 이 책은 이런 통찰로 가득하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눈이 밝아진다.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님을 바라보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이신 사랑과 반대되는 모든 태도와 행동을 버려야 하며, 성령이 부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껏 누리면 된다.
사방에서 교회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높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교회에 대한 적대감과 논란이 많더라도 성장이 멈춘 침체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폭발적 성장과 위대한 영적 축복기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 생생한 사례는 초대교회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조롱당할 때는 기독교가 약해지고 열매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신실함을 보이라는 조언은 울림이 크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는 말씀을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법으로 설명한 대목도 재밌다. 주스를 마시는 힘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이에 대해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마음으로 주스를 마실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일에 담긴 가치를 설명하면서 유다서를 언급한 것도 독특하다. 저자는 “역사를 비난하지 말라. 과거를 멸시하지 말라.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이 우리에게 수업 교재로 주신 책에서 배우기를 멈추지 말라”고 권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 믿음
세상엔 불편한 성경적 사랑의 법칙 설명
불편한 믿음/이성조 지음/두란노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인 일터에서 각각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일을 시작한 사람에게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 분배할 때 공평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단 과부나 고아와 같은 약자에게 더 많이 나누라고 강조한다. 평생 강도질을 일삼은 사람이 말 한마디로 구원을 얻어 천국에 간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모두 성경에서 예수께서 실천하거나 언급한 내용이다. 일견 보면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저자는 기독교에서 나타나는 이런 부분들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지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세상을, 심지어 기독 청년과 지식인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독교가 결코 비상식적이거나 비지성적이어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지성이라는 안정적인 사고의 틀을 건드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줄 뿐이다.
이렇듯 세상에 불편함을 던지는 예수의 구원 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는 본문에서 아예 수학공식으로 ‘천국의 공식’을 제시한다. 세상 법과 정의의 수치가 커질수록 불리하게 되는 사람, 즉 아무리 세상의 법칙대로 살아도 성공할 수 없는 약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것이 바로 천국을 만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 법칙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 은혜로 소외된 이들을 품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믿음으로 사는 길의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믿음을 품고 주님처럼 세상의 약자를 향해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바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믿음으로 천국을 살아내는 정도이자 왕도’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 기도
‘평범한 말로 드리는’ 기도 쉽게 배우기
신학자의 기도/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정다운 옮김/비아
사람들 앞에서 기도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꼽히는 스탠리 하우어워스 듀크대 명예교수도 그랬다. 늘 주저하던 그는 학교에서 기독교 윤리학 강의를 하며 수업 전에 기도하기를 시작했다. 기도문을 나눠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후 손자를 위한 선물로 ‘평범한 말로 드리는 기도(Prayers Plainly Spoken)’라는 기도집을 펴냈다. 바로 그 책이 국내에 ‘신학자의 기도’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일부러 경건한 언어를 쓰지 않고 일상의 말로 평범하게 기도하려” 노력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기도할 때 유난히 거룩한 척하는 위선에 빠질 것을 경계했다. 동시에 신학적 관점을 기도에 담거나, 기도로 논쟁하고픈 신학자로서의 유혹도 꾹 참아내려 애썼다.
베이글을 먹으면서 굶주린 누군가를 잊지 않게 해 달라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기도문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같은 정치적 사건,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앞에서 드리는 기도문까지 다양하다. 가까운 교직원의 죽음, 학생의 자살, 20년간 키웠던 고양이의 죽음을 겪으면서 드린 기도도 있다. 곳곳에서 특유의 솔직함과 위트가 묻어난다.
그는 “이 기도서를 읽는 분들이 기도의 언어가 풍요로워지면 삶도 풍요로워짐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삶이란 결국 기도이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2016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나의 아이’를 통해 정답 없는 삶 속에서 답을 찾아나가던 그의 삶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더 각별하게 느껴질 듯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 성경
성경의 무대된 장소를 본문에 덧입혀
터치 바이블/김진산 지음/토비아
기독교인들의 삶은 성경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 읽기’에 도전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생애를 소개한 복음서를 읽겠다거나 “새해엔 성경을 완독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굳게 결심했다 해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66권의 성경을 한 번에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 본문과 역사적인 배경, 지리적 특성을 조망할 능력이 떨어지는 성도들은 성경을 묵묵히 읽는 걸 지루해 한다. 그래서 모세오경을 읽다 포기하기 일쑤다.
이스라엘 바일란대에서 성서학을 전공한 저자는 성경의 무대가 된 장소를 성경 본문에 덧입히는 시도를 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평면적 성경 읽기’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입체적 성경 읽기’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구약편’에는 브엘세바부터 시내산, 여리고, 실로, 예루살렘, 사마리아, 라기스, 바벨론까지 모두 여덟 곳이 등장한다.
각 장소에서 활약했던 인물과 이들이 하나님께 받은 사명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장소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은 물론이고 사진도 수록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저자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사역하던 ‘삶의 자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예수님 시대편’에서는 신 구약 중간사를 다루고 있다. 흔히 400년에 달하는 이 시기를 두고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하나님이 분명 역사하셨던 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렉산드리아와 데가볼리, 쿰란, 이두매, 가이사랴, 예루살렘, 갈릴리라는 공간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낸 이들의 흔적들을 소개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주말 설교만 듣는다고요? 주중엔 독서로 채우세요!
입력 2018-12-1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