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등장에 더 꼬이는 정국, 여당의 선거제 개혁에 제동

입력 2018-12-13 04:00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해 의장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와 자신을 가리켜 “미녀와 야수 같다”고 농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 안 하고 대안을 내는 성숙한 야당을 취임 일성으로 말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이 선출되면서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12월 임시국회 개회와 선거제 개편 논의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한국당과 다른 당 간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얼어붙은 정국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시작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12일로 7일째로 접어들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논의를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경원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유치원 3법 연내 처리를 위한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한국당이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임시국회 개회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취임 첫날을 맞은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며 당선 인사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풀고 정개특위에서 선거구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선거제 개편은 실질적으로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데 국민 정서상 저는 조금 부정적”이라며 “선거제 개편은 권력구조와 관계된 만큼 개헌과 선거제 개편 방안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에 관해 의원총회를 소집, 조만간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내에서도 “의총 몇 번만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자 야 3당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데다 나 원내대표가 개헌과의 연계 구상까지 꺼내들면서 관련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평화당은 “선거구제와 개헌을 연계하자는 제안은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권 인사들과의 첫 인사에서도 ‘뼈 있는’ 말을 건네며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원내대표 선거 기간에 홍 원내대표가 응원해주셨는데, 홍 원내대표가 응원한다고 하니 당내에서 ‘나경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편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더라”며 “저도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만나서도 “국회가 역할을 하려면 문 의장님 역할이 중요하다. 의장님이 당적을 내려놓았으니 정말 중립적인 위치에서 보고 임해주면 저희도 협조할 건 확실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이 12월 임시국회 소집 논의를 제안했지만 나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할 부분이 있어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축하 인사를 하러 온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님의 생각”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전환을 주문하며 쓴소리를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투쟁력에 대해 공격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당분간 원내 협상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