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논쟁적 경제정책을 앞세우는 대신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기류를 전환했다. 청와대 정책실이 전면에 나서다 논쟁에 휘말리던 것에서 벗어나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현장 위주 경제정책을 집행하고, 집행 과정에서는 속도전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12일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의 정례 회동에서 1시간40분 동안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보고받았다. 홍 부총리는 “경제관계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이 참석해 경제 현안을 조율하는 모임을 갖겠다”고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모임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활발한 토의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정책실 중심의 경제 철학을 중요시하는 ‘당위(當爲) 경제’와 기재부 중심의 ‘현장 경제’가 부딪히며 파열음을 냈다. 하지만 앞으로 2기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를 추진할 때는 홍 부총리가 경제정책 집행 전 과정을 현장 중심으로 관장키로 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담론을 가지고 얘기하지 않고, 경제 실적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정책들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며 “실사구시 방식으로 일을 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을 굉장히 속도감 있게 현장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논란만 일으키다 끝나는 게 아니라 일이 되도록, 성과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오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해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키로 했다. 또 홍 부총리에게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팀은 신임 부총리 중심의 원팀으로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격주 정례 회동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격주 보고뿐 아니라 필요하면 국민들에게 내용을 알리자”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랐던 정책은 현장 목소리를 담겠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활력의 주역은 민간이고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는 서포터”라며 “어느 때보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지적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도 논의 중이어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 구성 개편과 관련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타진할 것이고, 더불어민주당과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내년 1분기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급격한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정부의 정책 ‘과속’ 기조가 변화하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2기 J노믹스는 ‘담론’ 아닌 ‘실사구시’,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기조 변화
입력 2018-12-12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