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에 부실 발생해도 절차 준수 땐 은행 임직원 면책”

입력 2018-12-12 19:37

경기도 시흥에 있는 비알인포텍은 CCTV, 랜(LAN) 케이블 제품 등을 제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비알인포텍 오상록 대표는 발달장애인 조카를 두고 있어 장애인 채용에 관심이 많았다.

2014년 발달장애인 4명 고용을 시작으로 현재 장애인 및 취약계층 16명(총 직원 23명)이 랜 케이블 제품 제조 공정 등에서 일한다.

매출액이 40억원에 달하고, CCTV 관련 특허도 있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이미 대출이 많아 추가 대출을 해줄 은행을 찾기 어려웠다. 오 대표는 신용보증기금 업무 설명회에 참석한 것을 기회로 2016년부터 신보 지원을 받았다. 올해에도 3억원의 보증 지원을 받았다.

오 대표는 “비장애인들은 업무에 익숙해지면 이직을 하는 반면 장애인들은 한 번 업무를 습득하면 비장애인과 다를 게 전혀 없다. 오히려 장애인이 더 생산성이 높다”며 “지원을 토대로 계속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제3차 사회적금융협의회를 열고 신보 등 공공부문에서 사회적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올해 금융지원 액수가 지난달 말 기준 18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치(1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금융위는 내년에 공공부문의 지원액을 늘려 2400억원 이상의 대출·보증·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자금 공급액을 보면 대출액이 434억원, 보증이 1167억원, 투자가 204억원이었다. 대출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385억원, 보증은 신보가 1032억원으로 각각 가장 많았다.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은 문재인정부에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사회적기업(1713개), 협동조합(1만640개), 자활기업(1149개), 마을기업(1446개)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고용 및 사회 문제 해결을 민간부문이 담당하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금융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민간부문에서 활발하게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 비중이 여전히 높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민간금융에서 쉽게 나서기 어렵다. 사회적경제 기업 대부분이 열악하다보니 부실 지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10개 가운데 3개꼴로 적자를 봤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사회적기업 2494개 가운데 적자를 낸 곳은 544곳(29.8%)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지원은 원금 및 최소한의 관리비용은 회수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선제적 역할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 중심의 지원이 이뤄지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내년 중 사회적금융 지원 기관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 정보를 토대로 DB를 만들기로 했다.

기업정보, 대출정보 DB를 구축해 중복·부실 지원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간 은행들의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연합회 모범규준도 고치기로 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출을 내줬다가 부실이 나더라도 절차를 정상적으로 준수했다면 은행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 사회적기업과의 거래에서 당장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더라도 미래 가치를 감안해 대출을 내줄 수 있도록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