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약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 주춤

입력 2018-12-13 04:01
가계대출이 진정세에 접어든 걸까. 9·13 부동산대책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효과가 나타나면서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특히 대출 총량을 묶는 DSR 규제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이 크게 축소됐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덩달아 주춤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위원회의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월보다 6조7000억원 증가한 822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증가액(7조8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가계부채 논란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4조8000억원 늘어난 603조원으로 조사됐다. 9월(3조7000억원)과 10월(3조5000억원)의 증가액과 비교하면 다소 늘었다.

하지만 증가 이유가 기존과 조금 다르다.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게 아니라 전세를 얻기 위해 받는 전세자금대출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유발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9293건에서 올해 같은 달 1만2015건으로 늘었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이 운영하는 ‘버팀목 전세대출’ 등에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버팀목 전세대출은 당초 편성한 기금액이 소진되면서 지난달부터 은행 재원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 수요 증가로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데다 이미 승인된 중도금대출도 반영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신용·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가계의 ‘기타대출’ 증가세는 크게 꺾였다. 지난달 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218조원으로 전월 증가액(4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1조9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한은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자금 수요 등이 줄어든 데다 신용대출 등도 함께 옥죄는 DSR 규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전월보다 소폭(1조3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월(3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한편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높아지면서 통화량은 2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향후 경기 악화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통화량(M2)은 267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8% 증가했다.

M2는 현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하는 통화지표다.

예금주가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2조9000억원 감소한 반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과 금전 신탁은 각각 15조6000억원, 6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기업부문과 기타 금융기관 보유 통화량도 15조1000억원, 10조9000억원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와 추가 비용 인상을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