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수수료 0%… ‘제로페이’ 실험 20일 시작

입력 2018-12-12 21:13

서울시가 오는 20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로페이’ 시범사업(사진)을 시작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페이 사업자들이 공동 추진하는 제로페이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0%대로 낮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서울시 제로페이인 ‘서울페이’ 서비스 개시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맹점을 신청한 업체 수는 아직 많지 않다. 12일 현재 가맹점 신청은 1만6000여곳에 불과해 서울시내 점포의 2.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흥행 실패”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비스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서울시가 다소 급하게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도 “한 번 써보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을 충분히 모집한 후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보다 서비스를 일단 보여주면 가맹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형래 서울페이추진반장은 아직 가맹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업주들이 서울페이가 뭔지 실감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페이는 카드수수료 때문에 고통 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시작됐다. 신용카드 결제 시 점포에서 카드사에 0.8∼2.3%의 수수료를 내지만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수수료 부담이 연매출 8억원 이하면 0%로, 12억원 초과도 0.5%로 낮아진다. 서울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한 사용자들에겐 연말정산 시 40%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신용카드 15%, 직불카드 30%에 비해 소득공제율이 높다.

서울시는 이런 두 가지 분명한 이점이 유인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입장에서는 결제 수수료를 적게 내는 서울페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과연 서울페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서울페이가 소득공제 40%만 갖고 지불 습관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양한 부가서비스, 한 달 후 후불 등 신용카드가 가진 장점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페이가 시작되면 진화를 거듭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페이는 계속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온라인결제가 내년쯤 가능해질 예정이고, 카카오페이 등 미참가 사업자들의 합류 가능성도 높다. 휴대전화를 흔들기만 하면 서울페이 앱이 뜨는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됨으로써 결제의 편의성도 촉진될 여지가 크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토스, 페이코, 네이버페이 등 민간 페이사업자들도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첫 결제 할인’ ‘페이백’ 등을 내걸고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신용카드에 덜 익숙하고 새로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층이 서울페이로 갈아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신용카드가 여전히 막강하다. 직불카드, 체크카드 등은 신용카드를 대체하지 못했고 모바일 기반 민간 페이 서비스의 사용 비중도 아직 미미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민간 페이 사업자들은 가맹점 모집에 드는 마케팅비를 감당 못해 사용자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제로페이는 공공과 민간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맹점 인프라를 확보하기 때문에 페이 사업자들이 마케팅비 부담 없이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계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