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신모(27)씨는 지난 2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서울 A교회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수십명의 여성들이 교회 앞에서 ‘한기총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신씨는 “피켓 내용이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촬영한 동영상을 SNS에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 신천지의 만행과 더불어 비신자가 신천지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서울 B교회 박모 목사도 이날 아침 신천지 신도들이 교회 입구에서 시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박 목사는 주차 봉사 성도들과 급하게 동선을 만들어 성도들이 교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왜 교회 앞에서 집회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도들에게 ‘신천지 신자들과 말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천지는 이날 유관단체인 국제여성평화그룹(IWPG) 산하 ‘세계여성인권위원회’의 이름을 빌려 전국 주요 교회와 교계 연합기관 앞에 모였다. 신천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세계여성인권위원회는 IWPG가 지난 여름 급조한 단체”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성들만 참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천지의 집회가 갈수록 대담해지며 지능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도 효율적인 대처법을 마련해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교회들이 신천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정작 신천지가 집단행동에 나섰을 때 대처법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는 신천지 집회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신 대표는 “교회 사유지 내에서는 집회 신고를 해도 받아줄 이유가 없다”며 “집회신고를 접수한 경찰에는 교회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놓은 뒤 신천지 신도가 예배를 방해하거나 하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또 “신천지는 해당 교회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신천지의 만행을 행인이나 주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집회에 세련된 방법으로 대처한 교회도 있었다. 서울 C교회 성도들은 신천지 집회 당시 길 건너편에서 축복찬양을 했다. 이 교회 청년부 성도 김모(28)씨는 “집회장소 반대편에서 약 20m 거리를 두고 성도들이 웃는 얼굴로 노래를 불렀다”며 “이유 없이 싸우고 시비를 걸러 온 신천지 신도들의 의지를 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D교회에서는 신천지 논리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내용을 정리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교회 관계자는 “딱딱하고 공격적인 문구로는 집회에 나온 신천지 신도들의 구호 소리를 낮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이 신천지의 수렁에서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공들여 현수막 내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여성을 동원한 집단 시위는 신천지의 모략 포교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며 “신천지의 내부 실상을 폭로한 국민일보 등 교계언론 보도내용을 활용하면 시위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신천지 집회 대담·지능화…교계 “공동 대응을”
입력 2018-12-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