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피한 민주당… 징계하지 않기로 가닥

입력 2018-12-12 04:03
11일 오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 검찰 기소와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 사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이 지사가 직권남용으로 기소되기는 했지만 정작 당내 분란의 핵이었던 트위터 계정주 ‘혜경궁 김씨’ 사건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종결됐기 때문이다. 이 지사에 대한 즉각적 징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지사 문제를 논의했다. 결론은 12일 최고위에서 내리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못 오신 최고위원들이 있어 그분들 의견을 좀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1심 재판까지는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당 분란을 일으키기보다는 봉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지사 징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는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 아내인 김혜경씨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 지사 탈당을 내내 주장해온 민주당의 친문 지지자들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였다. ‘혜경궁 김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했다는 이유였다.

이 지사 본인의 기소 문제도 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이 지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재판에 넘겨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지사를 쉽게 징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사의 입장 표명에서도 여유가 나타났다. 이 지사는 “저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이다. 평범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지금까지 대선 승리와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촛불정부의 성공을 경기도에서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분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해온 일부 당원들이 검찰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정치적 처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 등이 거론된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의 분란이 지속되거나 커져서도 안 되지만 당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도 안 된다”며 “법률적 사안뿐 아니라 정치적 사안, 지지자들 간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