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 되다

입력 2018-12-11 18:52 수정 2018-12-11 21:35
국회에서 1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왼쪽) 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이 축하를 받고 있다. 나 신임 원내대표는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 대신 희망을 생각하자”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4선의 나경원(55·서울 동작을) 의원이 선출됐다.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비박근혜계이면서도 친박근혜계 다수의 지지를 받은 나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당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선택했다”며 ‘계파정치 종식’을 선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총 103표 가운데 68표를 받아 35표를 얻은 김학용(3선)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나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재선 정용기(대전 대덕) 의원이 선출됐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이제 한국당에서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는 없어졌다”며 “하나로 뭉쳐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막아내자”고 말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선 직후 “계파 중심의 낡은 정치 대신 의원 한 분 한 분의 능력을 발휘하는 네트워크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박빙으로 예상됐던 경선은 나 의원의 압승으로 끝났다. 2012년 이후 치러진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다 표차다. 이런 결과는 범친박계와 잔류파에서 제기돼온 ‘복당파 견제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 복당파 핵심인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나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이 당선되면 계파 보스의 ‘막후정치’가 재연될 것이라는 인식이 친박계와 잔류파 사이에 확산되면서 나 원내대표 쪽으로 표가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나 원내대표가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했던 비박계 의원들과 달리 당에 남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 재선 의원은 “소수의 복당파가 연이어 주요 당직을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세 번째로 원내대표에 도전하면서 심기일전한 것도 압승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정식 출마선언 한 달 전부터 여러 의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과거 선거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했던 한 중진 의원도 “선거운동을 가는 곳마다 이미 나 의원이 다녀갔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당면 과제는 계파갈등 봉합이다.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극심해진 데다 조만간 나올 당협위원장 교체 발표를 두고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계치에 이른 계파갈등을 성공적으로 봉합하는 문제가 나 원내대표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 원내대표 당선에 공이 있는 친박계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치원 3법’ 등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1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경색된 정국을 푸는 것도 나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다. 나 원내대표는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것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12월 10일까지다. 다만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때는 의원총회 결정으로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당규에 따라 21대 총선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판사 출신인 나 원내대표는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이후 18대부터 20대까지 서울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당 대변인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당 서울 지역구 의원 중 최다선이며, 여성 의원 중에서도 최다선이다.

정 신임 정책위의장은 한국당 전신인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1기 출신으로 나 원내대표와 과거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대전 대덕구청장을 거쳐 2014년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