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상납’ 前 국정원장 3인 항소심서 1년씩 감형

입력 2018-12-11 19:25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남재준, 이병호(사진 왼쪽부터)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1일 항소심에서 1년씩 감형 받았다. 항소심은 1심 재판부와 달리 국정원장을 회계 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형량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남 전 원장은 징역 3년, 이병호·이병기 전 원장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청와대에 6억원(남재준), 8억원(이병기), 21억원(이병호)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와 뇌물공여죄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장으로서 국정원 전체 예산에 관해 실질적으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며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위임받은 책임자가 회계관계직원이 되는 것이지 중앙 관서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무죄로 판시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통상의 횡령죄가 아닌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한 것은 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형량을 낮췄다.

뇌물공여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매월 일정액을 기계적으로 건넨 것은 뇌물공여가 아닌 자금지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전직 국정원장들의 항소심 재판부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 전직 대통령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감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장들에게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모두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라는 전제하에 두 사람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