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블랙리스트를 최소 4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과 경찰청 정보국이 각 2건씩 작성한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조영선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인권위 블랙리스트에 관한 진상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2009년 10월 당시 김옥신 인권위 사무총장은 청와대 직원에게서 “현 정부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인권위 직원 10여명의 인적사항과 경력이 기재된 서류를 전달받았다. 5급 이상 국가직 공무원의 인적사항 등이 담긴 ‘국가인재DB’ 기록이었다.
인권위는 김 전 총장이 제출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5명이 누구인지 확인했지만 나머지는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름이 확인된 5명 가운데 2명은 김 전 총장이 서류를 전달받기 전에 이미 직권면직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2명은 스스로 퇴직했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가 2008년 10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가 진보성향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고 관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블랙리스트 4건 중 3건을 직접 보지 못했다. 언론 보도와 경찰청의 영포빌딩 경찰문건 진상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존재 사실만 확인했다. 경찰청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2건은 각각 인권위 내 진보성향 인사를 분류한 것과 인권위의 별정·계약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으로 파악됐다. 청와대가 작성한 다른 블랙리스트 1건도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검찰과 경찰의 비협조로 블랙리스트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 전 대통령 등 당시 관계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010년 11~1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과 함께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2011년 1월 사망한 고(故) 우동민 활동가에게 사과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그동안 “인권위가 농성장에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활동보조인의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등 인권을 침해해 그가 사망했다”고 주장해 왔다. 인권위는 앞으로 인권친화적인 점거농성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최소 4건 있었다
입력 2018-12-11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