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목회자들 성지 돌며 희망을 되새기다

입력 2018-12-13 00:02
‘개척교회 목회자를 위한 섬김의 은혜캠프’ 1기 참가자들이 지난 7일 이사야, 예레미야 선지자가 멸망을 선포했던 모압 성읍인 요르단 헤스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섬김의 은혜캠프에 참가한 목회자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쳐 준 장소를 기념해 세운 이스라엘 주기도문교회 앞에서 한국과 한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할 건 다했죠. 열심히 기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금식하고. 죽기 살기로 하나님께 매달렸어요. 그래도 부흥하지 않으면 힘들죠. 머리로는 그게 아닌 줄 아는데 목회 실패자 같고요. 그런데 오늘, 성도수 적은 게 실패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지난 5일 이스라엘 성지 ‘갈멜산 기도원’을 찾은 김영만(서울 올미라클교회·61) 목사의 절절한 고백이 이어졌다. “조금 전 가이드 조형호 목사가 ‘백마고지 전투’를 이야기하며 고지 점령에 앞서 죽어간 병사들도 실패자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도수 적다고 실패는 아니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김 목사는 개척 및 미자립 교회 목회자를 위해 국민일보(사장 변재운)와 다비드 투어(대표 이윤)가 공동 기획한 ‘섬김의 은혜캠프’ 1기로 이스라엘 성지를 찾았다. 성도 50명 미만, 이스라엘 방문이 처음인 목회자 23명이 함께했다. 지난 2~9일 이스라엘 사해 및 갈릴리 호수 인근, 나사렛, 예루살렘, 여리고 지역의 주요 성지와 요르단 느보산, 헤스본을 방문했다.

조 목사는 이날 갈멜산 기도원 옥상에서 기드온 용사 300명이 미디안과 싸워 승리한 모레산, 다볼산, 길보아산의 위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하나님의 용사”라고 했다. “기드온 300명은 특수 훈련을 받은 이들이 아니에요. 일반 백성, 그것도 지친 피난민이었어요. 그런데도 하나님이 쓰시면 용사가 되는 겁니다.” 목회자들은 깊이 공감했다.

캠프는 사역에 지친 목회자들을 위해 마련된 성지 부흥회였다. 교회 개척 후 10년이 지났는데 성도수가 제자리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시골교회는 주민이 적다보니 부흥에 한계가 있다. 이런 교회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또 큰 교회에서 상처받고 교회를 개척한 이, 새벽예배를 인도하기 전에 택배 새벽 배송을 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어려운 길, 고난의 길을 걷지만 이들은 예수가 실제 기도하고 사역하고 십자가에 달린 현장을 눈으로 보고 하늘나라에 가면 예수 품 안에서 칭찬받게 될 것을 확신했다. 백창용(서울 열린문교회·58) 목사는 “최근 성도들과 관계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고 귀띔하면서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이 알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위로만 받은 게 아니다. 성지 곳곳에 기도의 씨도 뿌렸다. 6일엔 오순절 성령이 강림한 곳이지만 지금은 교회 기능이 상실된 마가의 다락방을 방문해 벽에 손을 대고 “교회로서 회복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기념교회에선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이 땅에 오신 것, 우리에게 전도라는 시대적 사명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기쁘다 구주오셨네’를 찬양했다.

여행 경비를 후원, 목회자를 섬기는 이번 캠프는 1기로, 많은 이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성사됐다. 국민일보와 다비드 투어는 2015년부터 사모를 섬기는 성지 탐방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사모의 남편인 목회자들이 “왜 사모만 보내주나. 우리도 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한 1기 사모 남편은 이윤 대표에게 전화해 “성경 속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살아있는 말씀을 선포하고 싶다”며 펑펑 울기도 했다.

이를 안 조용근(높은뜻푸른교회) 장로 등 3명이 목회자 성지순례 경비에 써 달라며 3000만원을 내놨다. 조 장로는 출국에 앞서 가진 설명회에서 “성지순례가 정말 필요한 이들은 목회자”라며 “ 성경을 백번 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백번 낫다(백독이불여일견)”고 했다.

성지순례는 모든 목회자의 로망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쉽지 않다. 최요한(서울 명동교회·63) 목사는 “목사가 주일성수하라면서 주일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목회 31년 만에 처음 성지순례에 나선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은혜 캠프는 주일 저녁 늦게 출발해 그 다음 주일 전날 도착하는 일정이다.

상당수는 재정이 어려워 엄두를 못 낸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목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꿈도 못 꿨다”며 “이번 일정은 전적으로 아내의 기도 응답”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캠프 3일째 사모가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여보, 사실은 당신 성지순례할 수 있게 예수님께 간구했어요. 1년간 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유를 물었더니 성도들이 경비도 못 보탰다고 가슴 아파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만 목사는 “그래도 여기 오신 목사들은 형편이 낫다. 카드라도 긁을 수 있는 이들”이라고 했다.

오기 쉽지 않았던 만큼 성지 현장에선 메모하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김종신(여수 생명수강교회·44) 목사는 육성으로 성지를 설명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육로로 이스라엘을 출국한 일행은 요르단 암만에서 출발, 카타르 도하를 거쳐 인천으로 향했다. 10시간 이상 비행기 안에서 나눈 이야기의 결론은 항상 ‘희망’이었다. 김바울(안산 벧엘교회·65) 목사는 “어느 때부턴가 사람이 아니라 주님만 바라보게 됐다. 오직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마상구(파주 교하사랑의교회·56) 목사는 “주님은 서머나교회가 가난했지만 실제는 부유한 자라고 칭찬하셨다”며 “서머나교회를 지향하면서 교회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앞으로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지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예루살렘(이스라엘)=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