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에 접목되지 않으면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정책 성공의 길은 유연해지는 것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시위 시작 20여일 만에 내놓은 담화는 반성문에 가까웠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저소득 은퇴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초과근무수당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상처를 드려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신의 언행과 국정 방식도 사과했다. 부유세 원상복구는 거부했지만 이 정도면 시위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시기인 지난해 5월 취임했다. 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한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마크롱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다르면서 또 닮았다.
마크롱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결집해 대통령이 됐고 총선에서 압승해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60%대 높은 지지를 누리며 국가개혁을 추진하다 경제 문제로 민심이 떠나면서 지지율이 20%까지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 배경, 지방선거 압승, 지지율 고공행진과 국가개혁 어젠다, 경제정책 비판여론과 지지율 속락 등은 마크롱의 궤적을 연상시킨다. 차이는 경제정책 방향에 있었다. 마크롱은 법인세·부유세를 낮추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친(親)시장 정책을 폈고, 문 대통령은 법인세를 높이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기업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세웠다. 지난해 경제 분야의 여러 논객이 “마크롱을 보라”며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단견이었다. 경제 환경이 다른 두 나라를 단선적으로 비교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적절치 않다. 이제 마크롱 정책이 좌초했으니 문 대통령이 옳았던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 프랑스인이 못살겠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했듯이 많은 한국인도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과 역효과를 지적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마크롱의 정책은 논리적 근거와 명분을 갖고 있었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했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류세를 올리려 했다.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였지만 민생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부자감세에 박탈감을 느낀 국민은 삶과 밀접한 기름값 인상에 거세게 분노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과 괴리돼선 결코 목표에 이를 수 없음을 노란 조끼 시위는 보여줬다. 문재인정부가 주목해야 할 시사점은 이 대목이다. 정책은 이론이고 수단일 뿐인데 마크롱은 너무 경직돼 있었다. 정책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유연해지는 것뿐이다.
[사설] 좌초한 마크롱 개혁… 현실과 괴리된 정책의 최후
입력 2018-12-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