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삼바 수익성 개선·투자자 피해 고려 상장 유지키로

입력 2018-12-10 21:33 수정 2018-12-11 00:05

10일 한국거래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정에는 회사 측의 지속경영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상장폐지 결정으로 코스피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받게 될 막대한 피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개인들은 3조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는 이날 상장유지 결정 직후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회사의 사업 전망과 수주잔고 및 수주계획 등을 검토한 결과 기업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를 고의로 변경해 4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도 ‘뻥튀기’됐다고 봤다. 다만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질적인 매출 및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재무구조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했던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식 대금 7595억원이 유입된다. 대규모의 현금이 유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올해 완공된 제3공장이 가동되면 수주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그간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해 왔다.

다만 거래소는 분식회계로 제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회사의 경영 투명성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부 회계 검증부서 신설 등 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거래소는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를 향후 3년간 점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주식 매매 재개를 결정해 매우 다행”이라며 “사업에 더욱 매진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가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지만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법원 행정소송을 계속 진행해 회계처리 적정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소송은 상장폐지 여부를 다루는 거래소 심사와는 쟁점이 다르다.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이 계속 유지된다.

여기에다 증선위 고발에 따른 검찰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들은 분식회계로 인한 주가하락 피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민사 소송도 준비 중이다. 앞서 청와대에는 ‘주식시장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상장 유지 결정이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