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논의 끝에 통과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강사법)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학의 시간 강사 줄이기 ‘꼼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강사법의 취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대학에 대한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사 처우개선비 288억원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 74조9163억원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당초 강사법 관련 예산은 방학기간 중 임금 450억원과 강의역량지원사업비 100억원을 더해 55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담은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탄생했다. 2011년부터 네 차례 시행이 연기된 끝에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사의 교원지위 명시, 임용기간 보장, 방학 중 임금지급 등이 주된 내용이다. 강사·대학·정부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회의를 벌여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정부 예산이 예상보다 줄면서 되레 고용이 불안해졌다는 강사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인건비 부담을 구실로 졸업 필수 이수학점을 줄이거나 대형·온라인 강의를 확대하는 등 ‘시간강사 최소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 사립대 시간강사 A씨는 “당장 내년 강의가 없어질지 모른다. 소수를 위해 다수의 강사가 잘리는 현실”이라고 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 역시 “신규 강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진 거 아니냐”고 말했다.
2011년 11만2087명이던 시간강사 수는 2017년 7만6164명으로 32% 줄었다. 그동안 시간강사의 현실을 지켜본 대학생들은 이런 대학의 행태를 ‘갑질’이라고 비판한다. 고려대는 지난달 시간강사 채용을 줄이는 방안을 대외비로 논의했다가 “대학생 교육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강사법으로 추가되는 학교 예산은 전체의 2%가 안 된다”며 “강사를 줄이면 주변 과목까지 전임교수가 맡게 돼 교육의 질이 훨씬 떨어진다. 정부 지원을 늘리고 대학 감사를 철저히 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도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교조는 “정부는 대학재정 지출을 철저히 감사하고 강사법 핑계로 구조조정 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의역량지원사업비는 삭감됐지만 방학 중 임금 예산은 정상 반영됐다. 회계연도를 나누면서 내년 8~12월까지만 계산됐다”며 “2020년 예산은 내년에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강사법 만들어 놓고 예산은 절반 싹둑… 떨고 있는 강사들
입력 2018-12-1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