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서비스 반대” 50대 택시기사 분신 사망… 논란 격화될 듯

입력 2018-12-10 21:39 수정 2018-12-11 00:02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 기사 최모(57)씨가 남긴 유서. 뉴시스
모바일 카풀서비스에 반발한 택시기사가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사망했다. 서비스 정식 출시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이를 막으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 최모(57)씨는 이날 오후 2시쯤 국회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 다리인 여의2교 앞 사거리 하위차로에 택시를 세운 직후 안에서 분신했다. 택시 안에 최씨 외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사고 직전 조수석에 휘발유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싣고 기름 냄새를 심하게 풍기면서 국회 정문으로 다가오는 걸 수상히 여겨 검문을 시도했다. 이에 최씨가 도주하자 뒤를 추격했으나 분신을 막지 못했다. 경찰이 차량의 불길을 소화기로 진화한 뒤 119 구급대가 곧장 최씨를 인근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최씨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조합원으로 서울 한석교통에서 일해 왔다. 전국택시노조 등 4개 택시기사단체는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가 손석희 JTBC 사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남긴 유서 2통을 공개했다. 최씨는 손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카카오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며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고 적었다. 이 대표에겐 국회가 나서서 불법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유서 말미에는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고 썼다.

정보통신(IT)업체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카풀서비스 ‘카카오T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뒤 17일부터 본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그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의 해커톤, 국토교통부 중재안, 여당의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등을 거쳤지만 택시업계와는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택시업계는 해당 서비스가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승인한 카풀 드라이버(크루)가 5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서울의 택시등록대수인 7만대에 가깝기 때문에 서비스 개시가 곧 택시산업 붕괴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4개 택시기사단체는 본서비스가 시작되면 끝장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12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국회에 상정된 카풀 금지법을 통과시키도록 정치권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분신 사고 뒤 낸 성명에서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 끝내 택시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측은 분신 사건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대응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런 상황을 매우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카풀서비스 실시와 관련한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