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에 목숨 걸었다” “협치는 파탄됐다”… 예산안 후폭풍에 꼬인 정국

입력 2018-12-10 18:42 수정 2018-12-10 19:51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촉구’를 위한 원내외 7개 정당-정치개혁공동행동 시국회의에 참석한 미래당 손학규 대표, 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정치개혁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왜 단식을 해요, 왜. 이제 단식 푸세요.”(이해찬) “아니 뭐가 돼야지 풀지.”(손학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닷새째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갔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두 대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 없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지난 6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단식을 풀고 선거법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설득했지만 두 대표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단식을 풀 수 없다”고 맞섰다.

‘예산안 후폭풍’으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손 대표는 단식농성 중에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 개혁에 목숨을 걸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제 개혁을 군소정당의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현재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몇 석이나 더 얻어갈 수 있겠느냐”며 “의석 수 몇 개 더 얻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정부·여당이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하고 한국당과 기득권 동맹을 맺은 마당에 조건 없는 협치는 불가능하다”며 “협치는 파탄됐다”고 선언했다. 이정미 대표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안을 만들 때까지 이 자리에서 물러설 생각이 한 치도 없다”고 말했다.

여야 협상의 마지막 카드로 이달 임시국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야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위해 반드시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당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민주당·한국당이 다른 야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당 내에서 예산안 처리 과정이 미숙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창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도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냈다”며 “특히 우리가 공조해야 될 야 3당과 관계가 악화됐다. 최악의 경우 같다”고 말했다.

신재희 이형민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