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 딸 멍완저우(46·사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신병을 놓고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자국 내 격앙된 여론을 달래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곧 시작 예정인 미·중 무역협상은 초반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내년 3월 1일 종료되는 90일간의 휴전상태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10일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일제히 미국을 비난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미국은 습관적으로 자국법을 국제법 위에 두고 패권주의적 행태로 온갖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의 집행자는 캐나다지만, 배후는 미국”이라며 “중국은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인 9일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중국의 거센 반응은 미국 수사 당국의 요청에 따라 멍완저우를 체포한 캐나다에 대해서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절제하던 상황과 다르다. 중국의 입장 변화는 자국 내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서 화웨이가 ‘대표 기업’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멍완저우 체포가 중국에 대한 공격과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멍완저우가 미국에 인도될 경우 화웨이와 중국 정부 관계 등 기밀사항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매체 ‘홍콩 01’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 문제와 선을 그으면서도, 자국 내 불만은 가라앉히기 위해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등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멍완저우는 미 수사 당국이 제기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강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거듭 요청했다. 멍완저우는 법정 진술서에서 “미국의 신병 인도에 맞서기 위해 밴쿠버에 체류하고자 하며, 인도된다면 미국에서 혐의에 맞서 싸우겠다”며 “심각한 고혈압과 건강 우려로 미국 인도 절차 진행 중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멍완저우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근거로 자신이 최근 15년간 밴쿠버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으며,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에 이민을 왔고, 2009년 중국으로 영구 귀국하면서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한 뒤에도 네 자녀 중 두 명은 밴쿠버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주장했다. 멍완저우는 밴쿠버에 560만 캐나다달러(약 47억원)와 1630만 캐나다달러(약 138억원) 상당의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멍완저우 “보석 허가를 美 송환 땐 싸울 것”… 중국 “美 패권주의적 행태 강력 반격할 것”
입력 2018-12-1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