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한 철도 만들려면 낙하산 관행부터 근절하라

입력 2018-12-11 04:03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바뀐 2005년 이후 8명이 코레일 사장직을 맡았다. 그중 철도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철도청 출신인 신광순 초대 사장과 철도대학 총장을 지낸 최연혜 6대 사장 두 명뿐이었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경찰청장,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앉았다. 3년 임기를 채운 사장은 한 명도 없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하다는 듯 사퇴했고, 총선이 다가오면 출마하기 위해 그만뒀다. 오영식 현 사장도 캠프 출신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그 전에는 국회의원을 했으며 정치에 입문한 기반은 운동권 경력이었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놓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한 말은 철도를 모르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5년간 코레일 안전사고는 드러난 것만 661건이었고 최근 3주 동안은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났다. KTX가 달리는 시한폭탄이란 오명을 얻고 목숨 걸고 탄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처럼 코레일 사장직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온 낙하산 관행이 있다. 현 정권도 과거 정권도, 보수 정권도 진보 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철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기간시설이다. 아마추어 경영자에게 우리 생명을 맡길 순 없다. 법을 만들어서라도 자격 규정을 강화해 낙하산을 근절해야 한다.

코레일의 안전의식과 업무기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은 이제 자명해졌다. 지난달 KTX 열차가 포클레인을 들이받은 일이나 오송역 단전사고 후 허술한 대처 등은 모두 인재(人災)였다. 강릉선 탈선 역시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고가 이렇게 잦다는 사실은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로잡아야 하며 그 시작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돼야 할 것이다. 철도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한 대로 응당한 책임을 묻고 그것을 계기 삼아 조직 쇄신에 나설 때다. ‘비상안전경영’을 선포하고도 사고를 막지 못한 오 사장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경영진 교체가 필요하다. 후임자는 반드시 철도를 잘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