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기 없는 정책 펼 용기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동연

입력 2018-12-11 04:05
10일 퇴임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대통령의 생각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비주류 경제정책의 ‘실험’에 가 있는 상황에서 누가 부총리가 됐더라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있다. 반면 대통령에게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는 실험 시행 시의 위험을 경험과 이론 양면에서 강력하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해 경기 침체를 촉발했을 뿐 아니라 경제의 중장기 성장동력도 크게 약화시켰다는 비판론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이임사에는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그는 현 경기 인식과 관련,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며,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이 지속가능한지 끊임없이 도전받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경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주고,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임사는 기재부 직원들이 읽으라고 올린 것이지만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충고로 읽힌다.

김 전 부총리는 인기 없는 정책이 무엇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의 발언을 감안할 때 소득주도성장의 폐해를 수정하는 정책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률 하향 조정이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이다. 이들은 이번 정부에서 대주주처럼 행세하는 민노총 같은 대기업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는 조치들이다. 일부 이익집단에게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경제 전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밀고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경제정책의 정치화’에 다시 경고음을 낸 것이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제의 경직적 시행이 시장이나 경제 논리가 아닌 특정 이해집단의 지지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전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했다. 김 전 부총리와 장 교수의 경제 인식과 조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