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디지털 환경 급변·수익성 악화에 ‘감원 칼바람’

입력 2018-12-10 04:00
연말을 맞은 금융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밀려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디지털 금융’ 바람에 정부의 청년일자리 창출 압박이 더해지면서 시중은행은 ‘인력 다이어트’에 몰두 중이다. 강해진 대출규제,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제2금융권에선 ‘감원 칼바람’이 거세다. 인력 감축 흐름은 보험·증권 등 금융권 전체로 번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 임직원 약 1만6000명 가운데 610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자는 534명이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심사를 거쳐 최종 퇴직 인원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407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KB국민은행은 조만간 노사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매년 연말연시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15년 말 1122명이 퇴직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2795명이 짐을 쌌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과 임금피크 퇴직을 실시해 331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각각 700명, 1011명이 희망퇴직을 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년 초에 희망퇴직을 할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은행권의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체질’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은행 조직, 청년 채용을 늘리려는 금융 당국, 넉넉한 퇴직금을 받고 ‘제2 인생’을 시작하려는 퇴직희망자의 이해타산이 제각기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2, 3년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준다. 올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곳간이 넉넉한 지금이 ‘세대 간 일자리 빅딜’의 적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에 일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희망퇴직 대상이 되면 퇴직금, 위로금을 더 주니까 요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불가피하게 신청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육아나 자녀 교육, 창업 등 다른 목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전했다.

반면 제2금융권의 표정은 어둡다. 실적 악화 및 규제 강화로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해서다. 특히 카드업계는 정부의 잇따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올해 상·하반기에 이어 내년 실적도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이미 올해 초 각각 200여명, 2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카드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증시 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증권업계도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KB증권은 1975년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은 최근 “‘점포 30% 감축’ 계획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사측을 상대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영업손실이 불어나고 있는 보험업계도 사정은 좋지 않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0월 전체 임직원의 10% 정도인 11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KB손해보험은 노동조합과 희망퇴직을 협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영업점 근무나 상담 인력 등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나성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