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강화 내세운 KTX·SRT 통합 논의, 동력 잃나

입력 2018-12-10 04:05

오송역 KTX 단전사고에 이어 강릉선 탈선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코레일이 ‘철도 안전과 공공성’을 명분으로 추진해 온 KTX-수서고속철(SRT) 통합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통합 논의의 중심에 있는 오영식(사진) 코레일 사장은 최근 잦은 사고에 대한 책임론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9일 마감 예정이던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 작업에 대한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연구용역에 사용된 데이터가 코레일 제출 자료에 주로 집중된 만큼 객관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용역보고서에 참여한 연구진 중 애초부터 통합에 찬성해온 사람이 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연구 책임자인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이 철도경쟁체제 및 SR 설립 반대 입장은 물론 코레일의 경영 전반을 자문하는 철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데다 통합 필요성에 대한 설문 문항이 편파적으로 작성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토부로서는 객관성을 담보로 해 잡음을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해졌다. 아울러 통합 반대파인 이승호 전 SR 사장이 사임하고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장 출신 권태명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정부 내부에선 ‘양사 통합’을 이미 결론 내려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오 사장은 취임 초부터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주장하면서 ‘철도 공공성 강화’를 핵심 명분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코레일 자체의 경영 혁신과 서비스 개선 등이 가시화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한 코레일의 ‘안전 및 관리 책임’이 지속적으로 부각되면서 통합의 설득력은 힘이 빠진 모양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말 산하기관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체계와 차량 정비 시스템 등에 대한 감사’를 언급하며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릉선 탈선사고까지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한 정부 내 찬성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SR의 출범 목적은 코레일과의 ‘서비스 경쟁’을 통한 철도산업 및 서비스 발전이라는 대의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관리 부실과 안전사고로 인해 코레일에 대한 대국민 신뢰가 떨어질수록 합리적인 구조개혁안이 수반되지 않은 양사의 통합이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