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14연패 속 전력 투구하는 서재덕

입력 2018-12-09 19:59 수정 2018-12-09 22:39
한국전력의 서재덕이 지난 6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배구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가지고 연습을 하고 있다. 의왕=최종학 선임기자

연이은 전력투구에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했기 때문일까. 지난 6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배구 체육관에서 만난 서재덕(29)의 목은 잠겨 있었고, 낯빛은 파리했다. 서재덕은 “어제까지 감기몸살로 계속 누워 있다가 오늘 훈련에 복귀했다. 몸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했다. 결국 다음날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 서재덕은 결장했다. 에이스를 잃은 한국전력은 어느 한 세트도 20점 넘게 득점하지 못하며 0대 3으로 속절없이 완패했다. 개막 후 14연패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OK저축은행에 진 후 “팀의 중심축을 이뤘던 재덕이의 빈자리가 컸다”고 패인을 밝혔다.

올 시즌 서재덕은 개인 통산 기록을 나날이 경신하며 한국전력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팀의 또 다른 주포였던 전광인이 지난 5월 자유계약선수(FA)로 나갔고, 외국인 용병 아르템 수쉬코는 복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믿을 만한 동료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서재덕은 국내 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득점(220점)을 터뜨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상 팀의 유일한 공격 옵션이 서재덕이지만 리시브 등 수비도 신경 써야 한다. 실제 지난 라운드에선 라이트와 레프트를 오가며 공·수 모두에 힘썼다. 서재덕은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하면 편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팀에 도움이 된다면 공격이든 수비든 최선을 다해 연패를 끊고 싶다”라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팀에서 비중이 높다 보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하기 힘든 상황도 자주 마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7일 2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를 치른 이후 후유증이 컸다. 서재덕은 이 경기에서 득점(41점), 공격 득점(37점), 공격 점유율(48.87%)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기록을 새로 썼지만 팀은 2대 3으로 패했다. 지난 1일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다시 만난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선발로 나섰지만 이전 경기처럼 기량을 발휘할 순 없었다. 서재덕은 “점프도 잘 안 되고, 마음은 움직이는데 몸이 안 따르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재덕이 지난달 현대캐피탈전에서 경신한 기록 중에는 최다 범실(11개)도 있다. 고군분투하며 쌓인 피로가 범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혼자 공격을 맡다보면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재덕은 “처음에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요즘 들어 확실히 부담이 느껴진다”며 “프로답게 몸 관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의 한국전력은 25연패를 당했던 2012-13시즌 KEPCO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서재덕은 시즌 중간에 합류해 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서재덕은 “연패는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곧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차분히 말했다. 서재덕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다. 한동안 배구장을 떠나게 된 만큼 팀의 부진이 더 아쉽다. 서재덕은 “이번에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는데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첫 승을 하면 어떨지’ 묻자 “이기면 애써 담담해 할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10일 삼성화재를 상대로 15번째 경기를 치른다.

의왕=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