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30년 전 오늘 태어났다. 1988년은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던 해였고 그 전해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군사통치 체제가 서서히 저물어 가던 시기였다. 역사의 전환기에 기독교 정체성을 바탕으로 창간한 종합일간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후발 신문으로서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많았다. 배달신문에서 국민일보로 이름이 바뀌었고, 사옥을 두 번 이전했으며, 석간과 조간을 몇 차례 오가기도 했다. 극심한 노사 갈등에 휘말려 신문 제작에 차질을 빚을 때도 있었고 한 교회의 기관지로 오인되거나 폄훼되기도 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국민일보가 흔들릴 때마다 손을 붙잡아 주었고 낙심할 때는 위로해 주었다.
하나님 은혜와 독자에게 감사
이제 서른 살, 이립(而立)의 나이다. 이립은 기초가 확립되고 확고해진 것을 의미한다. 국민일보는 한국 교회 전체를 대변하는 종합일간지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어느덧 장년으로 성장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와 독자들의 성원 덕분이다. 국민일보가 30년 동안 겪어온 보람과 좌절, 화합과 갈등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 섬세하게 직조된 역사였음을 인정한다. 국민일보는 이념 대립과 진영 논리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 애써 왔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사안마다 국론이 분열되곤 했다. 언론 지형도 둘로 나뉘었다. 한쪽의 주장만을 시종일관 대변하는 언론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지장을 준다.
국민일보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합리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바탕으로 신문을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이는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성경 말씀에 따른 것이다. 창간 이래 지금까지 술과 담배, 미신, 퇴폐적인 광고 등을 싣지 않고 있는 클린미디어 정신도 계속 지켜나갈 것이다. 상업성을 탈피하면서도 3년 전부터 재정적으로 완전히 자립하고 있는 것도 독자들의 성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창간 30주년을 맞아 국민일보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사랑·진실·인간을 사시로 한 국민일보가 영원한 하나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증거되고 실현되게 하기 위해 언론의 사명을 다해 왔는지를. 진실이 최후에 승리한다는 신념으로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 한 모든 진실을 보도하며 정직한 사회 구현을 위해 언론의 사명을 다해 왔는지를.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이 창조 섭리에 따라 가치 있고 존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언론의 사명을 다해 왔는지를 되돌아본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함을 확인한다. 우리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뿐이다.
국민일보는 기독교적 가치를 지면에 담아내기 위해 고민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독 뉴스와 일반 뉴스의 병렬적 나열이 아니라 온전한 융합이 목표다. 하지만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했던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 때로는 세상의 풍조에 휩쓸리기도 했던 점을 고백한다.
左나 右로 치우치지 않는 언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보와 보수, 여와 야, 호남과 영남, 남과 여, 노와 사 등 무수한 갈등과 대립을 뛰어 넘으려 수많은 시도를 했다는 점은 자부할 수 있다. 국민일보의 기준은 가난한 자, 억눌린 자, 소외된 자였다. 이 기준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사안에 따라 때로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고, 때로는 진보적인 가치를 두둔하기도 했다. 저널리즘과 기독교적 가치의 온전한 융합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과제다. 동시에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켜 나갈 것이다. 이 역시 독자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이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전쟁설이 난무했던 위기에서 벗어나 다행히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아직 멀기만 하다.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남북화해를 추구해야 하는 어렵고 좁은 길을 가야 한다. 비핵화와 통일로 가는 고비 고비에서 이념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모순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마을에서도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노인들은 가난하고 외롭다. 국민일보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자 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성경을 통해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재조명함으로써 기독교 세계관의 가치를 구현하고 공의로운 사회건설에 앞장서는 빛과 소금이 될 것을 다짐한다.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일용할 영의 양식을 공급하여 기독교인의 신앙성장을 도모하고,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미디어 선교의 역할을 감당할 것을 다짐한다.
새로운 30년 향해 달려갈 것
겨울의 첫걸음이다. 2주 후면 아기 예수가 오신다. 옛 동독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80년대 초부터 시작된 기도회는 90년 10월 3일 베를린 장벽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매주 10만 명이 넘는 기도 집회로 발전해 독일 통일의 밑바탕이 됐다. 북한에 복음이 퍼져 나갈 수만 있다면 통일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2007년 12월 착공했지만 남북 관계 단절로 공사가 중단된 평양 조용기심장전문병원 건립도 재추진되길 바란다. 이 병원 환자들의 손에 국민일보가 쥐어지길 희망한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우리는 고난을 피하지 않게 해 달라고, 다만 두려움에서 건져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할 것이다. 서른의 나이에 걸맞게 장성한 믿음의 분량에 이르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강하고 담대하게 세상에 나가 이 민족에게 정론과 소망을 전할 것임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한다.
[사설] 강하고 담대하게 정론과 소망을 전하겠습니다
입력 2018-12-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