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비판’ 김광두 물러난다

입력 2018-12-07 04:00
사진=김지훈 기자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71·사진) 부의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이른바 ‘제이(J)노믹스’의 기틀을 짠 인사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는 등 청와대 정책·경제 라인과 시각차를 보여 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6일 “김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몇 달 전부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가 계속 반려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대통령자문위원회 오찬간담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강하게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의장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맡았다.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성장론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이끌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가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고 한다.

김 부의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엔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전체적인 국가 경제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김 부의장은 그간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김 부의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는 실물이 어렵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 8월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선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간 갈등설이 나오자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 경제 기조와 김 부의장 간의 경제정책 견해차가 사의 표명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김 부의장의 사의를 반려할 가능성도 있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을 유임시켜 경제 정책의 균형감을 갖추려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