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4일이나 넘긴 6일 오후에서야 핵심 쟁점들을 일괄 타결하는 ‘빅딜’에 성공했다.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데 실패한 바른미래당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명분과 실리를 적당히 나눠서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정 기한을 넘겼지만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 협상을 타결했다는 측면에서 명분을 얻었다.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 주요 사업의 기본틀을 지켜내 실리 면에서도 크게 잃은 게 없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아무래도 여당이 양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그러나 큰 사업의 원칙이나 규모를 근본적으로 흔든 것은 아니다”고 자평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5조2000억원(전체 예산안의 1% 상회) 이상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통상 국회는 예산안의 1% 규모를 삭감해 왔다. 한국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확대와 획기적인 출산 지원 방안 마련도 여당으로부터 약속받았다. 또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협조해 명분도 챙겼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공무원 증원 등 쟁점 예산을 삭감해 확보한 재원으로 저출산 대책과 SOC 예산을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쟁점이었다.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5000억원을 편성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6000억원 정도가 감액됐다. 또 공무원 3만6000명 증원 계획도 한국당 요구로 3000명 이상 감축됐다. 1조10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1000억원 정도 감액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특수활동비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감액해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불거졌던 4조원 규모의 세수 부족 문제는 정부가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조기 상환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바른미래당은 끝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서 선거구제 개혁 문제를 합의문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끝까지 거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합의문 초안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는데 거대 양당이 최소한 수준의 합의문도 거부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그것은 바른미래당의 제안이었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은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원내대표 합의로 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빅딜’에 합의한 것은 이미 법정 기한을 넘긴 상황에서 정기국회 회기(오는 9일)까지 넘기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소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협조 없이도 물리적으로 예산안 표결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작용했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150명)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75명)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129석, 한국당은 112석이다. 군소 야 3당이 현실적으로 표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이던 두 당의 속내도 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줄곧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 심의와 연계해 졸속으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국회가 또다시 스스로 국회선진화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넘겼다. 예산안은 7일 본회의에 상정돼 7일 저녁 늦게나 8일 새벽에 의결될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최소 하루 이상 늦어지게 됐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
민주, 회기 내 타결 명분 챙기고… 한국, 일자리 예산 깎아 실리
입력 2018-12-06 19:08 수정 2018-12-06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