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는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4%, -43.3%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7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스티어링 휠 제조 전문기업 대유에이피는 금융 당국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를 최근 정정했다. 파란 글씨로 핵심투자위험의 첫머리에 새로 기재된 내용은 현대차의 실적이었다. 1개월여 전 “한국 경제가 교역여건 개선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적혀 있던 문구는 사라졌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워크아웃·퇴출 기업을 가려내는 금융 당국의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권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 위기가 현실화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20년 전 외환위기만큼은 아니지만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최근 수년간 계속 하락했고, 이 영향은 부품업체들에까지 전이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올 1~7월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전체 수출이 같은 기간 6.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자동차 분야까지 확산되고, 양극화 홍역을 겪은 중국의 신차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선 점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개발 기술력이 조금씩 뒤처진 영향이 수출 감소를 낳는다는 진단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친환경차 판매량이 해마다 50% 안팎으로 확대되지만 한국 완성차업계나 부품업체의 기술력은 월등하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를 상대로 전기·수소차 기술 확보 여부를 확인한 결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없었다. 100곳 중 12곳은 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유럽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차 개발, 품질 향상이 자동차 산업의 부활에 필수적이라고 진단한다. 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을 활용한 융복합 부품·제품 개발도 중요하다고 한다. 엔고와 글로벌 리콜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던 일본 토요타그룹이 확실하게 살아난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토요타그룹은 결국 자율주행 기술과 연관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등 세계 신생 기업들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내 車산업 위기 땐,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
입력 2018-12-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