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주요 교통망 사업을 대상으로 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 전에 적합성을 따져 보는 예비타당성조사는 예산 낭비를 막는 일종의 ‘여과장치’다. 국토부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지만, 국가재정 악화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예비타당성조사는 1999년 도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지역균형발전 등을 판단해 무분별한 재정 투입을 막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중에는 지역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단점이 있다. 우선 조사에 긴 시간이 걸린다. 재원의 일부를 민간이 부담해도 재정사업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국토부도 이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행 제도 아래에선 광역교통망 SOC에 대한 적기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국토부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사업별로 이뤄지다 보니 전체 교통망 차원에서의 효율성을 놓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예비타당성 평가기준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국가 정책, 지역균형발전, 남북 교류·협력 등에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 이명박정부 때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사업에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또는 ‘신속처리’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혈세 낭비 우려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필요한 사업을 접수했다. 그 결과 전국 17개 시·도가 60조원에 이르는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경제성이 떨어지는 민원성 사업도 수두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지역별 사업 나눠먹기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단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예산 낭비 논란 예고
입력 2018-12-06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