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A씨는 아내 B씨가 노래방에서 남종업원의 사진을 찍자 말다툼을 벌였다. 격분한 A씨는 테이블에 있던 맥주병으로 B씨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 뒤 깨진 맥주병으로 B씨 목을 찔렀다. 손님들의 신고로 다행히 B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목에 깊은 상처를 입은 B씨는 4주간 치료를 받았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B씨 또한 처벌을 바라지 않고 원만히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과격한 행위로 살해 위험까지 있었던 사건에서 재판부가 형을 절반으로 줄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결정적인 것은 B씨와의 합의였다. 1심에서는 B씨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계속해서 용서를 구했다. 항소심에 이르러 B씨와 가족은 A씨와 합의했다. B씨는 재판이 열릴 때마다 방청을 와 선처를 구했다. 둘은 이혼에도 합의했다. A씨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혼인 파탄,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했다.
우발적인 살인미수 범죄는 가족관계에서 자주 일어난다. 피해자인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판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처벌이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A씨 재판부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처벌인가를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부싸움 도중에 일어난 우발적 범행이었고 피해자가 선처를 원했지만 감경을 하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살인미수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살인죄와 같다. 하지만 법원은 살인과 살인미수의 죄질을 달리 본다. 살인죄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무겁게 본다. 하지만 살인미수죄는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감안할 여지가 크다.
실제 살인미수 선고형은 집행유예부터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까지 다양하다.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얼마나 있었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이 형량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는 대법원 양형기준에도 규정돼 있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던 ‘궁중족발 사건’에서 재판부는 궁중족발 사장 C씨에 대해 “살해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했다.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령으로 수차례 아버지 머리를 내리친 혐의(존속살해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D씨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하며 선처를 바란 점, D씨가 깊이 반성하는 점, D씨 구속으로 아버지의 생계가 어려워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우발적인 살인미수는 상해죄와 애매한 경계에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법정형에는 큰 차이가 난다.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상해여도 양형기준은 기본 징역 1년에서 징역 2년을 권고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살인의 고의와 상해의 정도에 따라 상해죄와 살인미수죄를 나눈다”며 “우발적인 살인미수의 경우 상해와 구분하기 모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혐의의 법정형에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떤 죄로 기소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흉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있거나, 범행 수법이 잔혹하면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지난 6월 아무런 이유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살해하려 한 E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내연녀의 이빨을 뽑고 신체를 훼손하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하려 한 F씨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깨진 맥주병으로 아내 살해할 뻔했는데 6년→ 3년 감형, 왜
입력 2018-12-06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