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편·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일본우정그룹은 최근 지주회사인 일본우정을 시작으로 일본우편 등 주요 3개 자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근무 인터벌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우정그룹 직원 4만4000여명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잔업으로 밤 11시에 퇴근할 경우 다음 날 오전 10시 이후 출근하게 된다. 도호쿠전력을 비롯해 일본의 대형 전력회사 10곳 중 8개 업체도 순차적으로 근무 인터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회사마다 퇴근과 출근 사이 간격은 8~11시간으로 차이가 있다.
과도한 초과근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일본에서 기업들은 이 제도 시행으로 노동자에게 일정 시간의 휴식을 보장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근무 인터벌 제도와 관련한 세미나와 공청회를 수십 차례 열었다. 후생성은 이후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기업체 직원들의 수면시간,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퇴근부터 출근까지 간격을 8~12시간으로 제시하는 지침을 확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들은 내년 4월부터 근무 인터벌 제도 도입을 노력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일본의 대형 슈퍼체인 이나게야, 위생용품 업체 유니팜, 통신회사 KDDI, 금융사 미쓰이스미토모신탁 등 일부 업체들은 몇 년 전 근무 인터벌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 중인 기업 비율은 전체의 1.8%(2018년 1월 기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제도 도입률을 1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노동 관련 8개 법률)이 지난 6월 의회를 통과했고, 이제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은 초과 노동시간 상한규제 도입,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의한 차별 금지, 성과 중심 보상체계 도입이 핵심 내용이다. 일본은 특히 초과 노동시간 상한규제와 관련해 그동안 상한인 월 45시간, 연 360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위반 기업 처벌과 탄력근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과로에 시달리는 일본의 회사 직원들은 퇴근과 출근 사이에 휴식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는 전적으로 기업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법에 구체적인 시간 규정이 없는 만큼 기업들은 후생성의 가이드라인인 8~12시간 안에서 가능하면 적은 시간을 택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기업들은 이미 1993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퇴근과 출근 시간 간격은 최소 11시간 이상이다. 과로사로 숨진 일본 노동자의 유족들은 후생성 지침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족들은 근무 간 간격이 유럽처럼 최소한 11시간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퇴근 후 8~12시간 내 출근 금지! 日 ‘근무 간격’ 지침 확정
입력 2018-12-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