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이어령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중에서)
청아한 목소리 때문일까.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졌다. 시낭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를 노래하는 하나님의 자녀’(시하자) 단원들이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물댄동산교회(정종락 목사)의 ‘시낭송 문화예배’에서 유명시인들의 시를 잇달아 낭송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기독교시낭송은 처음 들어봤다며 은혜 많이 받았다는 교인이 줄을 이었다. 시낭송을 배워보고 싶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다른 단체행사에 초청하는 40대 집사도 있었다.
단원들은 “옛 추억이나 부모 형제가 떠오른다며 손을 꼭 잡고 인사나눌 때 시낭송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래나 레크리에이션, 동화구연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시하자 단원들은 재능시낭송협회에서 만났다. 모두 시낭송 대회 입상자이다. 매달 모임을 갖던 중 서울 새비전교회 엄바울 목사의 아내인 김국화(50)씨가 별도의 모임을 제안했다. 복음을 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뜻을 같이하는 다섯 명의 기독여성들이 ‘시하자’를 결성하고, 2013년 3월부터 각 교회와 복지단체 등에서 시낭송을 했다. 단순한 시낭송뿐만 아니라 시극 시 퍼포먼스 등 무대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고린도전서 13장, 시편 23편 등 성경말씀도 낭송한다. 2015년엔 첫 앨범도 발매했다.
시하자 총무 겸 막내인 김씨는 “직업이 다르고 나이차도 다양한데 서로 잘 맞춰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변화는 시낭송을 하며 사명을 발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낭송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 각 교회에서 신앙시 또는 성시 등으로 은혜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낭송 연습을 하면서 집안 대소사와 건강을 챙겨주는 등 애정도 커졌다. 연습 때면 각자 떡과 과일, 과자 등 먹을거리를 가져와 나눠 먹는다. SNS 단체방에서 고민과 기도제목을 나눈다.
시낭송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미자립교회, 복지단체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양로원을 방문할 땐 부모의 사랑과 효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를, 교도소를 찾을 때는 수용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있는 시를 엄선해 낭송한다.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교도소 방문이다. 시를 통해 수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줘 모범적인 교도소 생활은 물론 출소 후 재범방지를 위해 힘을 쏟았다. 그런 마음을 갖고 봉사활동에 나서자 시를 들으며 흐느끼는 수용자들이 적지 않았다.
단원 정영희(56·서울 오류동감리교회 권사)씨는 “교도소에 갔을 때 한 수용자의 맑은 눈을 잊을 수 없다. 저들은 담 안에 있는 죄인일 뿐이지, 오히려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또 “집에서 시낭송 연습을 계속하니 아이들이 싫어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시를 외우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꾸미지 않는 진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맏언니 오선숙(64·분당 갈보리교회 권사)씨는 “시낭송을 통해 힐링의 시간도 갖고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도 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오씨는 “시낭송이 선교의 목적으로 쓰임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은(54·분당 할렐루야교회 집사)씨는 “평소 신앙인으로서 꿈꿔왔던 귀한 일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했다. 하지만 문득 이 일을 잘 해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하지만 염려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소외이웃과 함께하고 위로하라는 마음을 주님이 기도 중에 주셨다. 그는 “딸과 함께 캐릭터 인형가게를 운영하느라 바쁘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시낭송 무대에 서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난타를 가르친다는 이숙자(61·안양 양의문교회 권사)씨는 “그동안 개인욕심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젠 주님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이다. 시낭송 달란트를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남양주=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청아한 목소리로 하나님께 영광 드립니다
입력 2018-12-07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