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시위 격화… 佛 “유류세 인상 연기”

입력 2018-12-05 04:03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름값 인상 및 생활고에 항의하는 이른바 노란 조끼 대규모 집회가 열려 시위대가 도로에 불을 지르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에서 계속되는 노란조끼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자 정부가 시위의 직접적 원인이 된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미루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인상 연기가 프랑스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와중에 시위로 인한 네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말마다 열리는 시위 탓에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학생, 앰뷸런스 기사 등이 시위에 참여해 전면적인 소요사태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적 분노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내년 1월 1일 시행이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 조치를 6개월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최근 발생한 노란조끼 시위를 언급하며 “많은 프랑스 국민들이 그동안 억눌러왔던 분노를 광장과 도로에서 표출했다”며 “정부가 이 분노를 보고 듣지 못한다면 스스로 눈과 귀가 멀었음을 자인하는 셈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필리프 총리는 “프랑스 국민은 시위할 자유와 함께 안전할 권리를 갖는다. 정부는 폭력을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 측에 과격 행위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유류세 인상 유예가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대규모 소요 사태를 잠재울지는 불투명하다. 시위대 측이 유류세 인상 철회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는 그동안 유류세 인상 시기와 폭은 조정할 수 있지만 인상 계획 자체를 백지화할 수는 없다고 버텨왔다. 노란조끼 대변인 에릭 드루에는 필리프 총리 담화 내용이 “실망스럽다”며 “토요일인 오는 8일 파리에서 다시 시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마르세유의 한 아파트에 살던 80세 여성이 지난 1일 아파트 덧문을 내리던 중 밖에서 날아든 최루탄 통에 얼굴을 맞아 숨졌다고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당시 아파트 인근에선 노란조끼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로써 노란조끼 시위 관련 사망자는 총 4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툴루즈 병원에 입원한 20대 남성 등이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주말마다 시위가 벌어지면서 경제적 타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규모 소매업체는 수익이 20~40% 감소했고 호텔 예약도 15~25% 줄었다. 특히 시위 장소 인근 식당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 프랑스 사설 앰뷸런스 기사들은 3일 파리에서 앰뷸런스 10여대로 콩코드 광장과 국회 인근 도로를 봉쇄했다. 전국 10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마크롱 정부의 교육·시험 개혁 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로 예정된 세르비아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좌석을 공식석상 밖에 배치하는 실수를 범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세르비아 방문을 계획했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