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국내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당들은 베트남 여성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에 대한 여당 대표의 부적절한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먼저 찡 딩 중 부총리가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베트남과 다른 나라의 관계에서 보면 한국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 볼 수 있다”고 말하자 맞장구치는 식으로 한 발언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4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넘어 여성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의 정서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여성 비하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여성이 ‘상품’이자 ‘기호’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인 저질적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할 말, 못할 말의 분간을 못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발언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베트남 고위 관리 면전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교상 결례에 해당한다”며 “30여만 가구에 이르는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을 인종과 출신국가로 나누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논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집권여당 대표가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덕담이랍시고 주고받는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듯하다”며 “베트남 여성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미안함을 표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이 대표가 베트남 부총리의 말에 화답한 차원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근택 상근부대변인은 반박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베트남 부총리 말에 동감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으로, 야당의 말꼬리 잡기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며 “야당의 논평이 오히려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맞섰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 아주 선호”… 이해찬 발언 파문
입력 2018-12-04 18:58 수정 2018-12-04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