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에게 무심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국내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중간·분기배당은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 자사주 소각액은 이미 지난해의 8배 가까이 뛰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기관투자가들이 적극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도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주주친화정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식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뿐만 아니라 기업 배당을 통해서도 이득을 볼 수 있다. 국내 상장사들은 보통 한 해 결산을 마친 후 12월 말까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결산배당을 한 차례 한다. 그런데 최근 연중 수시로 배당을 하는 중간·분기배당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코스피시장 중간·분기배당 규모가 9조556억원으로 지난해(4조6018억원)의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2016년(9281억원)과 비교하면 1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간·분기배당 증가는 주로 삼성전자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8968억원을 중간·분기배당했는데, 이 금액이 올해 7조213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간·분기배당을 하는 회사도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36곳으로 늘었다.
중간·분기배당 증가는 그만큼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주들이 배당을 받기 위해 1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기업에 이익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나눠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알짜배기 회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적 증가를 전제로 결산 전에 배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사주 매입·소각액도 증가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간한 ‘2018년 상반기 유가증권 상장사 주주환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액은 2조4708억원(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소각액 3399억원(11곳)에 비해 8배 가까이 뛰었다. 자사주 매입액은 올 상반기 2조907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입액(9조7606억원)에는 못 미쳤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인다. 기존 주식이 희귀해지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지배구조원 김소연 연구원은 “매입액보다 소각액이 더 많이 늘었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식을 다시 팔 여지를 남기지 않고 아예 소각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주주환원정책 강화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들이 주식 보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배당정책 등에 적극 관여하는 제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낮은 배당성향 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시장 요구에 맞춰 삼성전자,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등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여전히 해외 기업보다 낮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7.53%로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낮았다. 이익을 100억원 거뒀는데 17억 정도만 배당했다는 의미다. 미국(35.53%) 중국(31.4%)은 물론 인도네시아(41.54%) 터키(32.28%) 등에 못 미친다. 현대차투자증권 김중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배당성향이 30%로 높아지면 코스피 적정가치는 현재 주가 대비 약 9.4%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스튜어드십 코드 살아있네”… 자사주 소각액 8배 껑충
입력 2018-12-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