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예산안 볼모’, 야3당 국회서 무기한 농성 돌입

입력 2018-12-04 19:02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등 야 3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대회를 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4일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예산안 심의에 임할 수 없다는 ‘연계 처리’ 방침을 강조했다.

야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확약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기득권 양당의 욕심”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인 민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반발했다.

야 3당은 오후 2시 본회의장 앞 로비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대회’를 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라며 “여당이 손해 보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약속을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도 “촛불혁명의 민심은 이미 한국당을 벗어났다”며 “지금이라도 반성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한발이라도 앞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고도 개혁 정부, 촛불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며 “민주당이 한국당과 예산을 처리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무산시킨다면 두 정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예산안 처리만큼 선거제도 개혁도 시급하다”고 했다. 야 3당은 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볼모로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시키면 어느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예산 심의는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선거제도에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충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야 3당의 주장은 선거제도 개혁을 졸속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 3당의 농성 속에서도 국회는 예산 심의를 이어나갔다.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도 일단 예산 심의에는 동참했다.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오후 국회에서 만나 막판 예산 심의를 이어갔다. 예결위 간사들로 이루어진 ‘소(小)소위’는 어느 정도 감액 심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경협기금, 일자리 예산, 특수활동비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들은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로 넘어갔다.

이미 법정 기한을 넘긴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은 합의하지 못했다. 정기국회가 오는 9일 종료되는 것을 감안하면 7일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정기국회 내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임시회를 다시 소집해 12월 중 처리해야 한다.

야 3당이 예산 심의를 거부하더라도 한국당만 협조한다면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선 ‘거대 양당의 기득권 담합’이라는 구도가 부각되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예산 협상의 주도권도 한국당에 내줄 수밖에 없게 된다. 범여권인 평화당·정의당과의 관계도 경색될 우려가 크다.

김판 이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