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몰락의 수순을 밟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업계 1위를 달렸던 미스터피자는 창립 28년 만에 증시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6년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행태가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진 게 내리막길의 시발점이었다. 오너 리스크가 치명타로 작용하며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최종 상장 폐지까지는 한 단계만 남았다. 한국거래소는 15거래일 안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오는 24일이 최종 시한이다. 상장 폐지가 확정되면 7거래일의 정리매매 기간을 거친다.
MP그룹은 “상장회사의 지위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퇴출 가능성이 높다. MP그룹 주식은 지난해 7월 25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거래소는 구속 기소된 정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들어 MP그룹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같은 해 10월부터 개선기간을 부여했으나 상장 폐지로 사실상 결론이 난 것이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서울 서대문구에 ‘토종 피자 전문점’으로 1호점을 낸 뒤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2000년 중국, 2007년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2009년엔 코스닥에 등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피자업계 1위를 지켜 왔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출이 떨어지면서 업계 1위에서 밀려나고, 2016년엔 정 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치명적 위기를 맞았다.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을 벌였다.
정 전 회장이 터뜨린 오너 리스크는 경비원 폭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맹점 상대 보복 출점,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피자용 치즈를 비싼 가격에 받도록 가맹점을 압박한 사건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결국 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던 미스터피자는 2015년 전국 가맹점이 411개였으나 지난 9월 말 기준 281개로 뚝 떨어졌다. 상장 폐지가 확정되면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운 본사가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가맹점으로부터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이미지 추락까지 겹치며 가맹점주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폐지가 당장 가맹점주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지만 본부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그 부담이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호 임주언 기자 sayho@kmib.co.kr
창업주 갑질이 망친 미스터피자, 상장 폐지 눈앞
입력 2018-12-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