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극화에… ‘일터’서 밀려나는 가장들

입력 2018-12-04 19:27

그동안 가계를 지탱해 온 30~54세 남성들이 노동현장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업구조 변화가 주된 원인이었다면 최근엔 기술 진보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가장’들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실린 ‘경제활동참가율 변화에 대한 평가: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을 중심으로’(박용민 한은 조사국 과장, 권기백·이나역 조사역 작성)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노동연령층(30~5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6년 95.9%에서 올해 1∼9월 93.1%로 떨어졌다.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80년 59.0%에서 올해 1~9월 63.2%로 상승세를 보였다. 핵심 노동연령층의 인구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양극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직업을 고숙련(관리자, 전문가)과 중숙련(사무직, 기능원 및 장치·조립 종사자), 저숙련(서비스직, 판매직, 단순노무직)으로 분류할 때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이 종사하는 중숙련 일자리의 비중은 1994년 60.0%에서 지난해 55.5%로 줄었다.

2004∼2017년 중숙련 일자리 비중은 3.5% 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가운데 3.1% 포인트가 전산·자동화 등 기술 진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994~2003년 중숙련 일자리 비중이 2.7% 포인트 감소했고, 이 가운데 산업구조 변화 비중이 2.4% 포인트나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고숙련·저숙련 일자리만 늘어나다보니 중숙련 일자리에 주로 근무하던 고졸 이하의 핵심 노동연령층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기에다 최근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를 견인해 온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성향마저 청년층을 중심으로 둔화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 추세 등과 맞물리면서 노동공급 여력 축소로 이어진다. 노동공급 여력의 축소는 잠재성장률을 깎아먹는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줄고 있어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이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이 일자리를 잃으면 가계소득이 줄고 가정 해체 등 사회적 문제까지 낳을 수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