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를 비(非)법원행정처 출신의 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결정한다. 지난 9월과 10월 차례로 새롭게 보임된 명재권(51·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와 임민성(48·28기) 부장판사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명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의, 임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심사는 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각각 서울중앙지법 321호와 319호에서 진행된다. 두 전직 대법관의 운명이 10년 이상 차이나는 후배 법관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명 부장판사는 20년 법조경력 중 절반을 검사로 생활했다. 1998년 검사로 임용된 뒤 2009년 경력법관을 통해 판사에 임용됐다.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서울고법을 거쳐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를 담당했다. 충남 서천에서 출생해 서울대사대부고와 서울대 법과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을 때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윗선에 대해 처음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두 전 대법관, 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2002년 광주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주로 재판업무를 맡아왔다. 수원지법, 서울고법, 대전지법을 거쳐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재판을 맡았다.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 중 첫 구속이었다. 그는 당시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그간의 수사경과에 비춰봤을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당초 두 부장판사가 영장심사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허경호·이언학·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두 전 대법관과 인연이 있어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오전 검찰이 두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전산배당을 통해 이언학(51·27기) 부장판사에게 배당했지만 이 부장판사가 회피 신청을 해 재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임 부장판사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심사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30년 넘게 법률전문가로 있으면서 법관 최고 지위까지 올랐던 두 전 대법관이 충분히 대비했을 상황에서 두 부장판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심사 결과는 7일 0시가 넘어야 나올 가능성도 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고 두 사람이 상급자로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으로서는 영장을 기각할 경우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박병대·고영한 前 대법관 운명, 명재권·임민성 판사에 달렸다
입력 2018-12-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