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고용과 투자가 급감하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홍 후보자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원칙적 고수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전임자와 뭐가 다르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홍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바지사장’ ‘예스맨’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홍 후보자의 발언 중 몇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시장 수용성, 지불 여력, 경제파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도록 하고 결정구조 개편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는 임금 수준이나 물가상승률 등 주요 경제지표와도 상관없이 노사가 가져온 인상률의 중간값 근처를 공익요원들이 결정하는 현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경제정책 당국자가 최저임금 시스템 개편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홍 후보자는 또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늘리는 논의를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도 했다. 홍 후보자는 현재 경기 진단과 관련,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근거 없는 위기론으로 경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사실상 금기어가 된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 가겠다는 말도 했다.
홍 후보자가 최소한 경제 상황의 심각성과 그 원인에 대한 인식은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실행이다. ‘장하성-김동연 경제 투톱’ 논란이 워낙 커서였던지 청와대는 경제 사령탑은 경제부총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대학 교수 등 전문가 사이에선 냉소론이 팽배해 있다. 청와대가 부처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홍 부총리의 신조가 현실화되겠느냐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패싱론’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직을 걸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결심도 중요하겠지만 청와대가 ‘경제 원톱은 부총리’라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2기 경제팀에서도 부처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
[사설]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문제는 실행이다
입력 2018-12-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