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진·악취에 화재까지…“쓰레기 야적장이 기가 막혀”

입력 2018-12-05 04:00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한국환경산업개발 폐기물 재활용 사업장에서 4일 중장비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작업하고 있다.

“기가 차서 이젠 말도 안 나옵니다.”

“쓰레기 야적장에서 불까지 나 이젠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합니다.”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운영하는 폐기물 재활용 사업장 주변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 더미 곳곳에서는 지난 2일 오전 0시20분쯤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후 불이 완전 진화되지 않은 채 가스와 연기를 함께 내뿜고 있었다.

화재진압에 나선 소방관들과 작업 인부들, 의성군 공무원, 인근 주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주민 류우호(60)씨는 “쓰레기 더미에서 날아오는 분진과 악취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발생해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삶의 질이 완전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서 비교적 젊은 층인 50대 대부분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최영수(82)씨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쓰레기 더미에서 날아온 비닐 등 각종 폐기물이 논과 밭에 수두룩해 농사에도 지장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장영애(56)씨도 “여름철이면 파리 떼가 들끓고 악취까지 심해 빨래를 바깥에 널지 못하는 등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맞장구쳤다.

쓰레기 더미의 악취와 분진으로 인한 피해에다 화재로 인한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당시 소방차 3대를 출동시켜 곧바로 화재를 진압했지만 같은 날 오전 6시33분쯤 또다시 불길이 되살아나면서 이날까지 연기가 계속 솟아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발화점을 찾기 위해 이날 오전 8시부터는 아예 파쇄기 설치동 및 창고 등의 건물 철거에 나섰다. 이어 철제관을 설치해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시켜 화재를 완전히 진화한다는 방침이다.

의성군은 화재로 인한 연기와 유독가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일괄 지급해 43가구 80여명 주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고 있다. 폐기물 더미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인근 낙동강과 지하수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주민들은 “여기서 낙동강까지는 직선거리로 800m 정도에 불과해 수질오염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환경산업개발은 이곳에 의성군이 허용한 폐기물 보관량의 34배나 넘는 7만4000여t을 보관해 오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의성군은 수차례 고발과 영업정지 등 조치에 나섰지만 업체가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고 폐기물 방치량만 늘어나자 처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고 행정대집행까지 검토했으나 막대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강수 의성군 새마을환경과장은 “행정대집행을 검토했지만 비용만 100억원 넘을 것으로 보여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우선 허가를 취소한 중간재활용 방치 폐기물 2만1000t을 내년에 처리키로 하고 환경부에 예산 51억7000만원을 신청했다. 또 최근 ㈜한국환경산업개발 사업장과 생송2리의 수질·토양·대기오염도 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했고 실제 방치한 폐기물량 측량·산출에도 나섰다.

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폐기물 전량을 처리할 것을 업체에 명령한 상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한국환경산업개발 곽종구 관리이사는 “화재진압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으며 행정적인 문제는 의성군과 원만하게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의성=글·사진 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