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넘게 하루 12시간씩 복구 작업을 했어요. 70시간 넘게 일했는데 이번에도 추가 수당은 없을 것 같아요.”
KT 협력업체 직원 A씨는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동(구리)케이블 복구 작업에 투입돼 일하고 있다. 좁은 통신구에서 수십명이 얽혀 케이블을 잇는 작업을 하는 통에 내부는 찜통이다. 탄내도 가시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만 매캐한 공기와 분진을 피해갈 수 없다. A씨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복구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하루 2교대로 일했지만 일당은 평소처럼 15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동케이블을 다시 잇는 작업은 수십년 경력의 숙련공이 아니면 하기 힘든 작업이다. A씨도 통신 노동자로서 보낸 세월이 40년 이상이다. 하지만 1시간에 1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의 일당만 받는다.
지난달 28일 KT 아현지사에서 만난 5명의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A씨와 같은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동케이블 복구 작업에는 강북망 하청업체 23곳에서 4개 업체씩 2교대로 투입됐다. 전체 복구 작업 투입 인력은 1100여명이지만 동케이블 복구 인력은 200여명 남짓이다.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이다. 현장에서 만난 B씨는 “좁은 곳에서 하루 종일 탁한 공기를 마시면서 일하는 게 탄광촌과 다를 바 없지만 회사가 부르면 가야 하는 게 하청”이라며 “여태껏 추가 수당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본사는 “보통 하청업체와 회사 간 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들의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까지 포함하지만 업체가 수당을 안 준다고 해도 직접고용이 아닌 본사 입장에서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KT에 따르면 현재까지 무선·광케이블의 경우 복구가 거의 완료됐지만 동케이블은 지난 1일 기준 64%가 복구됐다. 현장에서는 앞으로 1주일은 더 장시간 복구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장 감독을 하는 KT 본사 직원들도 지난주는 주 70시간 일을 했다.
하청업체 직원들의 수당 없는 장시간 노동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주52시간 시대’도 이들에게는 먼 얘기다. 또 다른 하청업체 직원 C씨는 “평소에도 주 평균 근무시간이 70~80시간이었고 시간외수당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KT 하청업체는 민영화 이후 핵심 시설인 통신선 개설과 외선, 전람 업무를 전부 맡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C씨의 회사는 8년간 임금이 동결됐다가 지난해 1만원이 올랐다. 회사는 그동안 임금을 동결하면서 “해마다 KT에서 공사비를 깎아 지급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C씨는 “물가상승률이 있는데 매년 공사비를 깎아서 지급하면 당연히 하청업체에서는 인건비를 먼저 깎지 않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저가 입찰 방식의 피해가 인건비 감소로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9월 민주노총이 53개 KT 하청업체 노동자 2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경력 약 28년의 통신노동자들은 한 달 평균 155만원을 받고 있었다. 한 달 중 평균 약 20일을 출근했고, 하루 평균 약 11시간씩 일했다. 55.2%는 하루 3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지만 대부분(92.8%)은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결성된 KT 상용직지부는 “하청업체들이 지역별로 담합해 임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임금 수준 향상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KT 사고 복구 12시간씩 일해도… 수당 한푼 없는 하청 직원들
입력 2018-12-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