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은 법정 기한을 넘겼는데… 여야, 당리당략에 몰두해 싸움만

입력 2018-12-04 04:02
민주평화당이 3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농성을 위해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평화당 관계자들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방호과 직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뉴시스
국회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예산 심의는 이미 법정 기한을 넘겼다. ‘소(小)소위’를 꾸려 진행하고 있는 예산 심의는 밀실에서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야 3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 심의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예산 정국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원내대표 간 합의보다 우선하는 게 헌법이 정한 법률인데, 국회가 이를 못 지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고 자책했다.

헌법은 국회가 다음 해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0일 전은 지난 2일이다. 휴일을 감안해도 3일까지는 심의를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심의는 마치지 못했고 국회 본회의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정 기한을 넘겼다.

내용도 문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지난달 30일 종료되면서 여야는 예결위 간사들을 중심으로 소소위를 꾸려 막판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일종의 협의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이 안에서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 방법이 없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틀째 국회에서 ‘밀실 예산 나눠먹기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천막까지 들어섰다. 민주평화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설치한 것이다. 정동영 대표는 천막 당사에서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예산안 처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4일에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동 농성에 들어가고, 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수시로 회동했지만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야 3당은 여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확약을 요구했고, 여당은 연계 처리할 수 없다며 본회의 일정을 먼저 합의해 달라고 맞섰다.

‘각 당을 초월하자’는 뜻의 초월회(문 의장 주재 5당 대표 모임)는 각 당의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산안을 선거제도 개혁과 연계시키겠다는 얘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연계시킬 것이면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 3당은 연계 처리를 재차 강조했다.

결국 문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법정 기한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회의를 소집했다”며 본회의를 개회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정부의 제안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산회했다. 야 4당이 불참해 주로 민주당 의원들만 출석했다. 형식적으로나마 국회가 예산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했다. 여당과 야 3당이 예산안 심의와 선거제도 개혁 연계 처리 여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오는 9일 회기가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 심의를 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