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해 출혈경쟁 차단… 폐점 위약금도 면제

입력 2018-12-04 04:01

정부와 편의점 업계가 ‘한 집 건너 편의점’ 상황을 풀 해법 찾기에 나섰다. 한국의 편의점 수는 인구 10만명당 77.6개에 이른다. ‘편의점 왕국’인 일본(44.4개)의 두 배 수준이다. 이웃끼리 똑같은 물건을 팔면 서로의 살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는 편의점 간 50~100m의 거리를 두고, 경영 악화를 겪는 편의점은 위약금 없이 희망 폐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편의점 과당출점 부작용을 이미 겪었던 일본의 해결책에 주목한다. 일본이 도입한 ‘최저수익보장제도’를 검토하자는 이야기다. 편의점 업계는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운영방식이 다르다며 시큰둥하다. ‘한 집 건너 편의점’ 해소의 길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의 편의점 수는 4만192개에 이른다. 편의점 1곳을 평균 1300명이 이용한다. 점포 1곳당 평균 이용객이 2100명인 일본과 차이가 크다. 이런 까닭에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당정협의를 열고 편의점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앞으로 주요 편의점의 가맹본부(본사)는 신규로 편의점을 낼 때 지방자치단체별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50~100m)를 지키기로 했다. 본사가 가맹점주와 계약할 때 거리제한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또 본사들은 가맹점이 계약 기간 중 폐업할 때 내야 하는 위약금을 경감 또는 면제키로 했다.

그러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편의점 과당출점을 해소하려면 가맹점을 낼 때마다 본사도 부담이 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 수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입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편의점 출점 경쟁이 치열하자 상생 방안으로 ‘최저수익보장제’를 도입했다. 일본 편의점 본사들은 10~12년 동안 가맹점 최저 판매수입을 보장한다. 연간으로 1960만엔(1억9186만원)에서 2200만엔(2억1535만원)까지다. 판매수입이 한도보다 낮으면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한국은 본사가 계약 초기인 1~2년만 연 3600만~96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한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일본식 최저수익보장제를 반기지 않는 표정이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 본사가 보장하는 수입은 가맹점주 수익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주는 본사가 보장해 준 판매수입을 가지고 종업원 인건비, 전기·가스비 등을 다시 내야 한다. 일본 가맹점주들도 인건비나 운영비 부담이 클 경우 이익을 내기 힘들다. 일본 본사들은 가맹점주의 수익이 개선되면 지원비를 회수한다. 일종의 대여금인 셈이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편의점 운영 환경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의 가맹수수료율은 한국보다 평균 10% 포인트 높다. 점포 면적이 한국보다 배 이상 커 창업비용도 비싼 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제도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포화 상태에서도 경쟁력을 찾은 비결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 편의점은 출점 확대를 하면서 동시에 수익이 낮은 점포를 상시 구조조정했다. 대기업과 제휴해 고급 자체상품(PB)도 개발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최저수익보장제는 안정적 경영을 돕는 점포 지원책의 하나일 뿐”이라며 “편의점 자체 경쟁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