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 고액 체납자들, 실명 공개해도 ‘모르쇠’… 징수율 고작 7.3%

입력 2018-12-03 19:06

보건 당국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고액·상습체납자의 실명을 해마다 공개하고 있지만 실제 보험료 징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재산 압류 등을 통해 미납 보험료를 받아내겠다고 하지만 당사자 명의의 재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압류도 무용지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대 사회보험료를 상습적으로 체납한 고액체납자 8845명의 인적사항을 3일 공개했다. 지난 1월 10일을 기준으로 체납한 지 2년이 지나고 체납금액이 건강보험 10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와 사업장, 국민연금 5000만원 이상인 사업장, 고용·산재보험 10억원 이상인 사업장이 공개 대상이다. 체납자의 재산상태, 소득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납부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전체 건수 및 체납액을 보면 8845건 중 건강보험이 8260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액도 전체의 70.8%인 1749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573건 515억원, 고용·산재보험이 12건 207억원 순이다.

체납자 중엔 건보 재정 지원을 받는 병·의원 종사자와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군으로 분류되는 변호사도 다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의 경우 건보료를 10개월 동안 1억8010만원 미납했다. 대전 서구에 법률사무소가 있는 변호사는 국민연금을 8년 넘게 내지 않아 9386만원을 체납했다.

건보공단은 “인적사항 공개제도는 고액·상습체납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보험료 자진납부를 유도해 보험재정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명단 공개 대상을 최종 확정하기 전 당사자에게 자진납부 및 소명기회를 6개월 이상 준다. 납부 의사가 있는 사람은 이때 체납 문제를 해결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명단 공개가) 체납금 징수에 큰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명예 실추 정도의 목적”이라고 했다. 앞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010년부터 2016년 말까지 건보료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율이 7.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체납자의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자동차 등에 압류조치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체납 당사자 명의의 재산이 아니면 압류할 수 없어서다. 그나마 의료기관의 경우 건보공단에서 건보료 지원 시 미납한 건보료에 해당하는 돈을 주지 않고 있다. 병원 업계 관계자는 “재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압류가 불가능해 결손처리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