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원이 사법행정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내부 토론회를 개최했다. ‘끝장토론’을 해보자며 사상 처음 사법부 전체 구성원을 참석 대상으로 한 토론회였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빚어진 갈등을 봉합하기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는 법원행정처 폐지 후 사법행정을 총괄하게 될 ‘사법행정회의’의 권한과 구성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유지원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의 권한 남용 가능성에 대해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체가 대법원장 1인이 사법행정권을 독점하던 때와 같은 권한 남용을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민기 고법판사는 “사법행정회의가 회의체라는 이유만으로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총괄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진 않는다. 사법행정 사무에 관한 의사를 대법원장 1인이 결정하는 것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 독점과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선 판사들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토론회 등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법행정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 고등법원의 A판사는 “(사법행정회의에 대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겠다는 측면에서의 접근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B판사는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의미 있다”면서도 “사법행정회의의 의결과 집행 권한이 어떻게 결정될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경우 법원 독립이 어떻게 지켜질지 법관 사이에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은 지난달 2일 사법행정회의 신설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및 대법원규칙 제정안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법원 내 의견을 더 듣겠다고 밝혔고, 후속추진단장을 지낸 김수정 변호사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날 토론회를 바탕으로 5일부터 12일까지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을 통해 사법행정 전반에 관한 개선 방향을 두고 설문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이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 13명에 대한 3차 징계심의기일을 비공개로 열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했다. 법관징계법상 징계 결과를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징계위원들도 결과를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법관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더라도 공개까지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대용 이가현 기자 dandy@kmib.co.kr
사법행정 개선 ‘끝장토론’ 열었지만… 갈등 봉합하기엔 미흡
입력 2018-12-03 19:13 수정 2018-12-04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