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글로벌 사업 챙기기 시동

입력 2018-12-03 20:06 수정 2018-12-03 23:47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후 글로벌 사업 챙기기에 본격 나섰다. 첫 행선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 지역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5박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3일 출국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룹 경영 현안을 주로 챙겼다.

신 회장이 사실상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택한 것은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롯데가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동남아를 대체 시장으로 삼아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다. 베트남은 약 9650만명, 인도네시아는 2억6580만명의 인구 대국으로 롯데가 해외 사업 거점으로 삼고 투자해 온 지역들이다. 인구 대국일 뿐 아니라 경제·산업·문화 인프라도 무르익지 않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롯데는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3조6000억원을, 2008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베트남에는 16개, 인도네시아에는 10여개 계열사가 나가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갑자기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이 생겨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가지 못했다.

하노이에 도착한 신 회장은 2014년 완공된 63층 높이의 롯데센터 하노이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롯데몰 하노이 등 현지 사업장을 둘러봤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신 회장은 4일 오후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후 호찌민으로 이동해 롯데가 2조원을 투자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에코 스마트시티’ 부지 등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호찌민 일정이 마무리되면 6일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반텐주에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부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 소유 케미칼 타이탄 공장 인근 부지 사용 권한을 사들였다. 약 4조원을 투입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포함한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며 “사드 보복 이후 아세안 10개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